비지 캔커피…메이커슬 껌…가수홍보도 튀어야 산다

  • 입력 2008년 8월 4일 08시 16분


껌·캔커피…음반기획사 판촉물도 아이디어 전쟁

《‘1회 제공량당 함유성분: 열정 100kcal, 똘기 100g(30%), 겸손 50g, 착실함 50g. 땜빵도 상관없는 항상 섭외 100%가능.(중략) 직사광선 및 습기를 피해 진열하실 필요 없이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즐겨주세요. 소비자지원센터(요금은 송신자 부담^^;;): 02-51X-85XX 보도자료 및 섭외문의 환영(후략)’》

식품 성분설명서를 떠올리는 이 글은 신인가수 메이커슬 소속사가 특별 주문 생산한 껌의 포장에 인쇄된 내용의 일부다. 신문, 방송매체 관계자들에게 ‘관심’을 호소하는 이 홍보문은, 형식만 식품사용설명서를 빌린 것이 아니라 실제 유명 상표의 껌과 유사하게 제작해 무심코 보면 진품으로 착각할 정도다.

메이커슬 측은 실제 껌 공장에서 포장재가 부착되기 전 단계의 제품을 구입한 후 자체 제작한 별도의 라벨을 부착시켰다. 온라인 이벤트 경품용 목적도 고려해 모두 1000개를 제작했고, 비용은 수백만 원을 들였다.

음반기획사가 가수 홍보를 위해 제작하는 각종 판촉물도 이제는 아이디어 시대다. 불과 2∼3년 전 만해도 새 음반을 홍보하기 위한 판촉물로 수첩이나 볼펜, 핸드폰 액정 클리너가 주로 활용됐고, 최근 들어서는 USB가 각광을 받았으나 이제는 이처럼 껌과 같은 가공식품을 활용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국내 최대의 힙합집단 ‘무브먼트’의 일원 중 마지막으로 최근 데뷔음반을 발표한 비지(Bizzy)는 ‘비지 캔커피’를 내놓았다. 비지의 데뷔음반 재킷 사진과 함께 캔커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문구를 패러디한 자기소개글을 새겨넣었다. 메이커슬이 반제품을 구입해 별도 제작한 포장재를 부착해 완제품을 만든 것과 달리 비지는 완제품 캔 커피를 식품매장에서 구입해 캔커피 크기에 꼭 맞는 스티커를 덧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비지 측은 캔커피 도매상으로부터 시중 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500개를 구입해 ‘비지 캔커피’를 제작했다. 비용은 1백만 원 가량 들였다.

남들과 다른 판촉물은 효과가 크다. 기존의 판촉물과는 확연히 차별화가 돼 관계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았고, 더욱이 커피와 껌은 현대인들이 거의 매일 접하는 기호식품이기에 인기가 좋았다.

사람들에게 친숙한 껌 브랜드를 패러디한 메이커슬 소속사 GP 엔터테인먼트 곽대연 대표는 “신인가수 홍보를 남들이 하지 않는 방법으로 독특하게 하고 싶었는데, 마침 메이커슬의 노래제목(‘휘바로’)과 비슷한 상표의 껌이 눈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곽 대표는 “이전에는 없던 방법이어서 눈길 잡는데는 성공했다. 방송, 언론 관계자들에 새 음반과 함께 돌렸더니 대부분 신기해하면서 웃음을 보였다.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지 소속사 정글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도 “음반시장이 너무 어렵고, 경쟁은 극심해져 신인가수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 홍보용 CD를 돌리면서 재킷 사진을 커피 포장재로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지 측은 캔커피의 반응이 좋아 추가로 500개를 제작했다.

비지는 캔커피를 단순히 홍보용 목적 외에도 공연 무대 등 현장을 다니면서 만나는 스태프나 선후배 가수들에게 비지의 자기소개 의미에서 나눠주고 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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