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 거창한 신화는 잊었죠”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6분


17일 처음 방영되는 KBS 드라마 ‘최강칠우’에서 낮에는 소심한 의금부 나장이지만 밤에는 정의감 넘치는 자객으로 변신하는 최칠우 역의 문정혁. 사진 제공 KBS
17일 처음 방영되는 KBS 드라마 ‘최강칠우’에서 낮에는 소심한 의금부 나장이지만 밤에는 정의감 넘치는 자객으로 변신하는 최칠우 역의 문정혁. 사진 제공 KBS
《“20대가 긴 것만 같았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 정신없이 흘러갔네요.” 그도 이제 서른이다. 9월에는 군에 입대한다. 입대 전 마지막 출연작이 될 KBS 2TV의 새 월화드라마 ‘최강칠우’(17일 첫 방영)에서 주인공 ‘최칠우’ 역으로 분한 연기자 문정혁(에릭)을 경기 평택시 현덕면 평택호 스튜디오 ‘최강칠우’ 촬영 현장에서 만났다. 드라마 ‘최강칠우’는 낮에는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의금부 최하급 관리로, 밤에는 카리스마 있는 액션을 선보이는 자객으로 변신하는 최칠우의 이중생활을 경쾌하게 그린다.》

KBS2 새 월화드라마 ‘최강칠우’ 첫 사극연기 문정혁

“신상식요.”

문정혁에게 최칠우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연기했던 역할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를 묻자 2003년 MBC에서 방영된 ‘나는 달린다’의 조연 ‘신상식’이라고 말했다. 주인공 신무철(김강우)의 동생 신상식은 ‘세상이 자신에게 해준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삐딱한 인물이었다.

문정혁은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해 보고 싶은 터프가이로 ‘제임스 딘’처럼 고독하고 반항적인 캐릭터였다”며 “스물다섯 살 때의 나와 ‘신상식’은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스무 살에 아이돌 그룹 ‘신화’로 데뷔해 20대를 최고 스타로 보낸 문정혁. 소속사를 옮기기도 했고 최근에는 ‘신화’ 해체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는 3월 ‘신화’ 데뷔 10주년 콘서트에서 “사방을 보니 적밖에 없다, 세상에 내 편은 하나도 없구나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화려해 보이는 연예 생활 이면에는 그만 한 방황이 있었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연예활동을 시작해서 다양한 문제를 겪었어요. 학교에서 배운 공식이 통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 분노라기보다…. 프로가 아마추어와 다른 점은 돈을 받고 일한다는 거잖아요. 가까운 사람도 적이 될 수 있다는 것, 웃으면서 접근하는 사람도 속으론 다른 마음을 먹고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콘서트 무대에서 팬들을 보면서 ‘이분들만은 100% 내 편이구나’ 하는 생각에 위안 삼아 했던 얘기예요.”

서른 살인 지금의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최칠우’. 하지만 정의로운 자객으로 활동하는 밤의 ‘칠우’가 아니다.

그는 “‘튀지 말자’는 신념으로 사는 적당주의자 의금부 나장인 ‘낮의 칠우’에 가깝다”며 웃는다. 20대 초반의 젊은 혈기와 목표에 대한 독기가 많이 빠지며 지금은 두루뭉술해지고 여유를 얻었다는 것.

“예전에는 큰 목표를 갖고 주변을 안 보고 달렸어요. 다른 멤버들이나 저나. 요즘은 성취감도 있지만 아쉬움도 생겨요. 거창한 꿈을 위해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하지 말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백번 잘해도 한번 잘못하면 안 되잖아요. 또 ‘내가 남한테 못하지 않으면 남도 나한테 못하지 않겠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조금씩 아저씨가 돼 가는 것 같아요.(웃음)”

TV 속에서 카리스마를 풍기던 짙은 쌍꺼풀의 커다란 눈망울이 선해 보였다. 주변을 돌아보게 된 만큼 극중 인물을 이해하는 능력도 커진 듯했다.

“처음에는 ‘최칠우’가 낮에는 현실적인 사람이고 밤에는 냉혹한 킬러라고 생각했는데 연기하다 보니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낮의 칠우와 밤의 칠우는 모두 고독과 울분을 가진 동일 인물이에요.”

그는 ‘신화’로 2004년에 가요대상을 받았을 때가 가장 자랑스럽다고 했다.

“관계자들 없이 ‘신화’ 멤버끼리만 같이 여행 가보지 못한 것이 20대에 가장 후회돼요.”

입대하면 동생뻘 고참을 만날 텐데, 걱정되지 않느냐고 묻자 “뭐, 10년 동안 활동했으니 조금 이 바닥에서 벗어나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시간도 필요하다”고 담담히 말했다.

평택=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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