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은 공포영화… ‘외톨이’ ‘고사’만 제작중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올해 여름에는 최근 한국영화계의 단골 메뉴였던 공포영화가 드물다. 여름 개봉을 앞두고 제작 중인 공포영화는 ‘외톨이’와 ‘고사’(가제) 두 편.

충무로는 2004년 여름부터 ‘분홍신’ ‘신데렐라’ 등 꾸준히 5편 이상의 공포영화를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전설의 고향’ ‘검은집’ 등 6편을 내놨다. 출연진도 송강호 감우성 김혜수 황정민 고소영 한지민 등 톱스타들이 대거 캐스팅됐다. 현재 제작 중인 ‘외톨이’와 ‘고사’에 출연하는 배우는 이범수 남규리 정유석 채민서 고은아 등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올해 한국 영화 산업의 위축된 분위기를 반영하는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많은 공포물이 제작됐지만 대부분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작사나 투자사들이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므이’ 등 두 편의 한국 공포영화를 배급했던 CJ 엔터테인먼트는 올여름 한 편도 계획이 없다. 이상무 홍보부장은 “영화계가 위축되면서 공포영화처럼 한정된 관객층을 대상으로 한 장르는 제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5년간 급성장하는 영화 시장에 안주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MK픽처스의 정금자 실장은 “그동안 ‘여름=공포’라는 공식 덕분에 기본적으로 관객 50만 명 정도는 나왔다. 그러나 비슷한 구조와 스토리가 계속 양산되면서 지난해부터 관객들의 외면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그 대신 올해 여름시장에는 장르에 상관없이 1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자본에 스타급 캐스팅이 이뤄진 ‘확실한’ 영화들이 투입될 예정이다. 1930년대 만주를 배경으로 한 모험과 액션을 그린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정우성 이병헌 송강호 출연), 조선 세종시대 세계 최초의 로켓화포를 다룬 ‘신기전’(정재영 안성기),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 ‘모던보이’(박해일 김혜수), ‘공공의 적’의 세 번째 이야기인 ‘강철중, 공공의 적 1-1’(설경구 정재영) 등이다. 이상무 부장은 “충무로의 제작 투자가 위축되면서 ‘안전한’ 선택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확실히 뜰 것 같지 않으면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