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에선 ‘가상결혼’ 스타커플 일상 그대로

  • 입력 2008년 4월 10일 08시 36분


《이제 안방극장은 ‘날 것’의 전성시대다. 잘 정제되고 꾸며진 것이 아닌, 거칠고 미숙하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무릎팍 도사’, ‘무한도전’, ‘1박2일’ 같은 프로그램들이 큰 성공을 거둔 것도 이런 경향을 대변해준다. 문화 소비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광고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CF 속의 스타들은 더 이상 예쁜 척을 하지 않는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완벽하고 우아한 자태를 보여주지 않고, 우리네와 별로 다를 것 없는 일상적인 모습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심지어 그동안 언론의 취재에 꽁꽁 숨기던 사생활을 아예 프로그램 소재로 내놓는 프로그램들도 등장했다. 이효리, 성시경, 서인영 등은 예전에는 카메라의 접근을 거부하던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을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 코너 ‘우리 결혼했어요’(연출 전성호)는 가상 결혼이긴 하지만 ‘각본 없는 리얼리티’로 인기가 높다.

앤디-솔비, 알렉스-신애, 정형돈-사오리 커플은 ‘결혼’이라는 가상 상황 속에서 실제 일상을 보여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집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드러나는 출연자들의 성격, 말투, 상황 대처가 고스란히 담겼다. 연예인들의 로맨스가 관심인 요즘, 연예인들이 실제로 이성을 어떻게 대하는지 관찰할 수 있는 것도 인기요인이다. 제작진은 “각본은 없고 상황만 있다”며 네 커플의 모습이 날 것(실제)과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네 커플이 실제 함께 하는 시간은 2주일에 한 번 16시간 녹화시간이 전부이지만, 친밀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작진은 부부가 겪을 법한 상황을 끊임없이 투입한다.

알렉스는 “프로그램을 하다가 누군가는 정말 정이 들 것 같다”고 털어놓았고, 신애는 “알렉스 오빠와 함께 운동하며 스트레스도 풀고 이야기도 많이 해서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씨는 “미국의 경우 일반인의 연예인화가 쇼가 된다면 한국에서는 연예인의 일반인화가 쇼가 된다”면서 “단적으로 ‘우리 결혼했어요’와 같은 프로그램은 스타에게 극단의 역할 분담을 주고 그들의 리얼함을 즐기는 한국형 리얼리티쇼의 전형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 스타 또한 현실과의 밀착으로 자극 높이고 있다. 예전에도 ‘이영애의 하루’라며 드럼치고 운동하는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광고가 있었지만 요즘 광고는 훨씬 현실적이고 살가워졌다. 스타의 일반인 같은 광고는 버라이어티 트렌드의 일부를 따 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정기철 기자 tom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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