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개그우먼 백보람, 일일 SD기자로 나서다

  • 입력 2008년 3월 24일 11시 42분


“야구장에서 질문 많이 해도 되죠?” 스포츠동아 창간을 맞아 일일 야구기자 체험에 나선 미녀 개그우먼 백보람은 당당했다. 21일 오전 10시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에 있는 스포츠동아 편집국에 ‘백기자’가 출근했다. 하얀 단화에 뒤로 머리를 질끈 묶은 차분한 모습. 그런데 빨간 바지가 눈에 확 띄었다. 역시 연예인다운 범상치 않은 옷차림이다.

# “잘 할 수 있을까?” “저 준비된 기자에요”

백보람이 일일기자로 나갈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시범경기 LG 대 한화전. 생전 처음 야구장에 취재에 나서는 초보 백 기자, 의외로 당당하다. “저 오늘 취재를 위해 미리 인터넷과 스포츠신문을 보며 공부하고 왔어요”고 자신감을 보인 그는 양성동 스포츠부장로부터 취재 지시를 받았다.

# 초짜 기자는 힘들다는 김재박 감독님과 단독 인터뷰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오전 11시 서울 잠실 구장. 홈팀인 LG트윈스 선수들이 몸을 푸는 동안 덕아웃에 있는 김재박 감독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올렸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백보람 씨네. 실물이 훨씬 예쁘네요.” “스포츠동아 일일 기자로 나왔어요. 잘 부탁드려요.”

좀처럼 단독 인터뷰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김 감독도 ‘미녀 기자’ 앞에서는 말이 술술 나온다. “선발은 옥스프링이고 타자 중엔 4번 최동수가 컨디션이 좋고...”

# “말 나온 김에 최동수 선수 만나야지”

타격 연습을 준비하는 최동수 선수를 만났다. 최 선수가 “시범경기 타율이 좋지 않아 전성기 때 선동렬 감독님 방어율 수준”이라고 농담을 건넸지만 왜 웃긴 지 난감해 하는 표정.

‘이래서 벼락치기는 금방 탄로가 나는구나.’ 백 기자는 38살 노총각 최동수 선수에게 소개팅을 주선해주겠다며 만회에 나섰다. 이번에 최 선수는 진지했다. “백보람 씨, 아니 백 기자님, 빈말이면 안 되는데...”

# “헉! 김인식 감독님이 배일집 선배님의 친구?”

한화 이글스 김인식 감독은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백 기자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내가 배일집하고 친구야. 예전엔 매일 폭탄주 20잔씩 마셨는데 그 친구는 요즘도 그렇게 마셔. 난 2004년에 (뇌경색으로) 몸 다쳐서 술 끊었지. 허허” ‘감독님, 대선배님 친구분이라 더 떨려요.’

# ‘나도 몸 좀 풀어볼까’

외야 펜스 쪽에 한화 선수들이 모여 ‘게 걸음’을 하자 호기심이 발동했다. 투수들이 하체 단련을 위해 고탄력 고무줄을 이용해 스트레칭을 하는 중이었다. 백 기자는 ‘무한걸스’답게 빨간 바지 하단에 밴드를 고정시키고 다리를 벌려봤다. “윽, 취재나 열심히 해야겠다.”

# ‘금강산도 식후경’

배꼽시계에서 알람이 울린다. 전광판 시계를 보니 어느덧 12시가 넘었다. 때마침 LG 홍보 관계자가 구장 내 식당으로 안내했다. 따가운 봄볕에 인상을 쓰며 취재하던 백 기자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와, 꿀맛이네요. 제가 선수들보다 많이 먹는 건 아니죠?”

# 이제 기사 좀 써볼까

기자실에 앉아 경기 기록이 빼곡히 담긴 자료를 봤다. ‘어제 LG가 이겼고 오늘도 이기면 순위가 바뀌겠네.’ 이날 경기는 한화가 홈팀 LG를 8-2로 꺾었다. LG는 졌지만 인터뷰했던 최동수 선수 혼자 2타점을 올렸다. ‘아까 소개팅 해준다는 말이 힘이 됐나.’

# “부장, 기사 송고했습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백 기자는 암호 같은 기록지를 아리송한 표정으로 받아봤다. 다행히 스포츠부 김영준 기자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기사를 작성했다. 하지만 데스크에게 보고하는 것은 백 기자의 몫. “부장님, 아니 부장! 기사 올렸습니다!”

# “휴~ 이제 다 끝났네. 아이구 어깨야

경기 상황 보랴, 암호표처럼 난해한 기록표 보랴, 노트북 컴퓨터로 기사 치랴... 초보 기자 백보람은 기자실에서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기사를 송고한 후 느끼는 개운한 기분은 기자일의 남다른 보람.

“하루만 해도 정신없는데, 어떻게 매일 이런 일을 반복해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백보람. ‘개그우먼이 더 쉬운 것 같아요.’

# “편집 과정도 보고 갈래요”

백 기자는 기사를 송고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자신이 쓴 기사가 어떻게 신문에 실리는 지 직접 보기 위해서다. 편집 기자가 기사의 분량과 면 배치 등을 설명해줬다. “기사 쓴다고 끝이 아니었구나.”

# 에필로그

이날 백보람은 경기장을 거의 휘젓다시피 했다. 실제 야구기자처럼 양팀 감독 인터뷰, 주요 선수 컨디션을 체크했다. 기자들이 잘 찾지 않는 외야 펜스쪽까지 가서 스트레칭 ‘체험’도 했다. ‘빨간 바지’ 백보람의 ‘순찰 취재’에 혈기왕성한 젊은 선수들은 들뜬 표정이었다.

특히 최동수 선수를 인터뷰할 때 힐끔대던 LG 정의윤 선수는 인터뷰를 했지만 지면 관계상 담지 못했다. 그는 ‘무한걸스’ 팬이라면서 6살 위인 백보람에게 ‘누나’가 아닌 ‘이모’라고 불러 당황스럽게 했다(그래서 뺀 것은 절대 아니다^^;). 롱 토스로 몸을 풀던 한화 류현진은 코칭스태프에게 핀잔을 들었다. “현진아, 너 미인 옆에 있다고 공이 똑바로 안 간다!”

백보람은 사실 시구까지 탐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시구를 한 전례가 없어 성사되지 못했다. “저도 홍드로(홍수아가 멋진 시구로 남성팬들에게 얻은 별명)처럼 던질 수 있어요.”

정리=정기철 기자 tomjung@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화보]백보람‘RNX 패션쇼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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