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대박 행진… 무릎꿇은 한국영화

  • 입력 2007년 12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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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극장가 결산

올해 개봉된 100여 편 중 5편만 겨우 적자 탈출

“국내작 선호 줄어… 분위기 바꿀 흥행작 나와야”

2007년 송년 극장가는 외화가 열고 닫았다.

12월 첫 주부터 마지막 주말인 30일까지 극장가 박스오피스 1위는 외화들이 잇따라 차지했다. 올해 한국 영화는 100여 편이 개봉했지만 11월 말까지 개봉한 영화 중 관객 동원 순위 톱 10에 든 한국 영화는 3편에 불과하고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은 ‘1번가의 기적’과 ‘그놈 목소리’, ‘극락도 살인사건’, ‘화려한 휴가’, ‘식객’ 등 5편이다.

○ 연말 극장가, 외화가 점령

12월 극장가는 ‘어거스트 러쉬’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나는 전설이다’ ‘황금나침반’ 등 할리우드 영화들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1위 릴레이를 이어갔다.

2007년 마지막 주말 흥행은 ‘황금나침반’, ‘내셔널 트레져-비밀의 책’ ‘아메리칸 갱스터’ 등 할리우드 영화들이 차례로 1, 2, 3위를 휩쓸었다(영화예매사이트 맥스무비 12월 30일 기준).

반면 한국 영화는 추운 연말을 맞고 있다. 섹시코미디 ‘색즉시공 시즌2’가 150만 명의 관객을 모은 것을 제외하고는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내 사랑’이나 미스터리 스릴러 ‘가면’, 그리고 잔혹동화를 표방한 ‘헨젤과 그레텔’ 등 연말 성수기를 겨냥한 한국 영화는 외화에 크게 뒤떨어지는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12월뿐 아니라 올 한 해는 외화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트랜스포머’가 737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 외화 흥행 기록을 갈아 치운 데 이어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와 ‘스파이더맨3’를 비롯해 6편이 300만 명 이상을 동원했다. ○ 찬바람 부는 한국 영화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올 3분기(7∼9월)까지 한국 영화의 편당 수익률은 마이너스 62.1%. 지난해 마이너스 22.9%에 비해 수익률이 3분의 1로 줄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달 ‘한국 영화 위기의 진단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성장률 13.2%에 달했던 한국 영화 시장의 향후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3.6%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전체 영화 관객 수도 감소했다. 국내 영화 관객 수는 2006년 1억6400만 명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1억5500만 명으로 약 6%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11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인 셈이다.

○ 한국 영화 내년 봄은 따뜻할까?

영화인들은 일단 얼어붙은 투자 시장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와 KT 등 ‘큰손’을 비롯해 벤티지 홀딩스 등 ‘뉴 플레이어’가 투자 배급에 뛰어들기 때문.

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모던 보이’ ‘놈놈놈’, ‘신기전’ 등 영화계에서 기대를 거는 한국 영화들이 상반기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반면 한국 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다는 점은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심재명 MK 픽쳐스 대표는 “한국 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져 2008년에도 할리우드 영화에 고전할 것 같다”며 “내년에도 참신하고 흥행력을 갖춘 ‘킬러 콘텐츠’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당분간 몇 년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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