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편파방송 시정 안돼” 차갑진 시청자센터장 사의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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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진(57·사진) KBS 시청자센터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17대 대선을 앞두고 KBS의 불공정 방송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시청자센터장은 임원급으로 시청자와의 소통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차 센터장은 이날 ‘시청자센터장 직을 사퇴하며’라는 글을 통해 “편파방송, 무능력, 부도덕 경영도 모자라 사찰경영, 공포경영 흉내를 내는 정연주 사장 체제에 회의를 느낀다”며 “만시지탄의 심정으로 시청자센터장 보직을 떠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2006년 12월 KBS 시청자센터장을 맡은 그는 “KBS가 특정 후보에 편파적인 방송을 한다는 시청자 항의를 여러 차례 받았다”며 “그럴 때마다 수신료 현실화라는 당면과제를 위해서라도 공정방송을 해야 한다고 보고했으나 시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 센터장은 시청자 항의를 받은 불공정 방송의 사례로 KBS1 TV 일요스페셜 ‘남북 정상회담 특별기획-도올의 평양이야기’(10월 7일), KBS1 미디어포커스 ‘대선 검증 보도 안 하나 못하나?’(11월 17일), KBS1 시사기획 쌈의 ‘대선 후보를 말한다-무신불립’(12월 3일) 등을 거론했다.

일요스페셜 ‘도올의 평양이야기’에 출연한 김용옥 교수는 10월 남북 정상회담 때 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내용을 강의하면서 김정일 정권을 미화하는 게 지나쳐 채널을 돌렸다는 항의가 160여 건에 달했다고 차 센터장이 전했다.

시사기획 쌈의 ‘대선 후보를 말한다’는 방송 시간(50분 32초) 중 20분 35초를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의혹 보도에 할애한 반면 정동영 이회창 후보 등 다른 후보의 검증은 8∼9분에 그쳐 상대적으로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한 보도를 했다는 시청자 불만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차 센터장은 “김경준 씨가 입국할 때에는 공항과 검찰청에 중계차를 대고 개선장군처럼 보도한 것 같다는 항의가 40∼50건에 달했다”며 “KBS 보도가 특정 후보에게는 부정적인 아이템, 화면 구도를 배치한 반면 여권의 유력 후보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인상을 주는 보도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사퇴하는 게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한 것이고, 이를 계기로 시청자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제도가 마련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차 센터장은 PD 출신으로 TV 1국 부주간, 심의위원, 편성본부 부주간 등을 지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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