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꿈과 열정을 요리하는 ‘절대미각 생쥐’…라따뚜이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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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
사진 제공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
《디즈니픽사에서 26일 선보이는 신작 ‘라따뚜이’는 요리사를 꿈꾸는 쥐 ‘레미’의 이야기다. 6월 말 미국 개봉 첫 주에

29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려 1700만 달러를 기록한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 4.0’을 앞지르며 ‘히어로’로 등극했다. 쥐가 요리사가 된다는 허무맹랑한 스토리는 “역시 애니메이션이야”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설정. 그렇다고 어린이용이라며 그냥 지나친다면 실수다.》

이미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을 통해 재미를 입증한 픽사 표 영화답게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볼거리로 올여름의 가족영화로 꼽을 만한 작품이다.

배경은 프랑스. 다른 쥐보다 예민한 미각을 가진 레미는 늘 따로 식사를 한다. 음식을 훔치고 인간이 남긴 찌꺼기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불만. 아버지는 “쥐는 쥐답게 살아야 한다”고 훈계하지만 레미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시골에 사는 레미의 우상은 “누구나 요리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프랑스 최고 요리사 구스토. 레미는 구스토의 TV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조리를 익히고 향료 샤프란을 훔치다가 주인한테 들킨 끝에 파리로 도망친다.

마침 도착한 곳은 꿈에도 그리던 구스토의 레스토랑. 그러나 구스토는 비평가 이고의 혹독한 지적에 충격을 받아 세상을 떠났고 재능을 물려받지 못한 아들 링귀니는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링귀니가 망쳐 놓은 수프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몰래 잠입해 조리하다가 그에게 들킨 레미. 이때부터 둘의 특이한 동거가 시작된다. 조리를 전혀 할 수 없는 링귀니와 재능은 뛰어나지만 사람 앞에 나설 수 없는 레미가 팀을 이뤄 프랑스를 놀라게 하는 것. 그러나 구스토 레스토랑의 소유권을 노리는 수석요리사 스키너와 링귀니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 벼르는 비평가 이고의 협공 때문에 이들의 앞날은 첩첩산중이다.

브래드 버드 감독은 개봉 전 인터뷰에서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오락성 애니메이션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그의 말처럼 이 영화는 시종일관 웃게 하면서도 진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누구나 요리사가 될 수 있다”는 구스토의 말을 금과옥조로 믿고 열심히 요리를 배우는 쥐 레미의 모습은 학력 자격증 외모 등 인간이 만든 기준을 조롱한다. “내가 먹는 것으로 나라는 존재가 결정된다”며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자의식을 지닌 레미는, “날 수 없는 돼지는 그냥 평범한 돼지일 뿐이야”라며 비행기를 조종하던 일본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의 주인공 포르토를 연상시킨다. 겉모습이 아니라 숭고한 이상이 자신을 만들어 간다는 주제에 용기와 우정 등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감독의 조리 솜씨가 돋보인다.

이고의 혀를 녹이기 위해 레미와 링귀니가 보잘것없는 요리 ‘라따뚜이’를 내놓은 것도 과연 최고 음식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라따뚜이’는 달걀과 우유를 섞어 만든 수프로, 시골에서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이다.

세밀한 화면도 픽사의 명성 그대로다. 머리카락이나 얼굴선의 굴곡까지도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영화 곳곳에서 쥐떼를 묘사한 대목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에펠탑과 센 강변으로 펼쳐지는 파리의 풍경 사진을 연상시킨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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