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 “예쁜 남자 이미지 날마다 지워내요”

  • 입력 2007년 7월 5일 02시 59분


코멘트
3일 오전 비릿한 바다 냄새가 풍기는 인천항 제4부두 하역장. 거대한 화물선 옆으로 컨테이너와 몇 십 m 높이의 크레인들로 가득한 이곳에서 이준기(25)를 만났다. 그는 18일 처음 방영하는 MBC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수목 오후 9시 55분)을 촬영 중이었다. 콧등에 땀이 맺힐 정도로 무더운 날씨에 지친 듯, 쉴 틈이 생기자 담배부터 꺼내 물었다.

“태국 촬영 때보단 그래도 덜 덥네요.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수현이란 녀석을 잘 닮아가고 있는지가 더 걱정입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어린 시절 태국 범죄조직 ‘청방’에 어머니를 잃은 이수현(이준기)이 국가정보원 요원이 돼 복수하는 내용이다. 그는 신분을 뒷골목 폭력배 ‘케이’로 위장하고 ‘청방’에 잠입한다. 이준기는 수현에 대해 “거칠지만 사랑 앞에선 부드러운 남자”라며 “주관이 뚜렷하고 잘 굽히지 않는 성격은 나와 닮았다”고 했다.

“아픔과 밝음, 복수심과 사랑을 동시에 지닌 인물입니다.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 감정 변화가 가장 심해 매번 중심 잡는 데 애를 먹고 있어요.”

무아이타이 대회에 출전하거나 폭력배와 격투를 벌이는 등 액션 장면도 많다. 영화 ‘왕의 남자’의 ‘예쁜 남자’ 공길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예쁘게 보일까봐 요즘은 화장과 스타일에도 신경을 덜 쓴다”고 말했다. 최근엔 목선까지 길게 덮었던 머리카락도 잘랐다.

“지난해에는 ‘예쁜 남자’ 이미지에 갇혀 버린 듯해서 아무 일도 하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관객이 사랑해 준 만큼 쉽게 잊히진 않겠지만, 틀을 깨는 것도 제 몫이겠죠.”

그는 지난해 영화 ‘플라이 대디’에서 싸움의 고수 승석 역으로 연기 변신을 꾀했지만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다. 관객의 평가도 ‘어색하다’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이준기는 “수치에 얽매이지 않고 이번 작품을 통해 ‘멋진 늑대’ 같은 배우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했다. 곱상한 외모와 짧은 시간에 스타로 부상한 탓에 “까다로워 보인다”는 오해도 많이 산다.

“겉보기와 달리 털털해요. 아직 스타라는 말을 들으면 어색하고 특별 대우 받는 것도 싫습니다. ‘국민배우’ 소리를 들을 때까지 많이 배우고 경험해야죠.”

이준기는 이날 부두 구내식당에서 제작진과 둘러앉아 급식을 먹으며 “주방 아줌마가 채식주의자인지 고기가 없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프랑스어(L'heure entre chien et loup) 표현에서 온 제목이다. 낮과 밤이 뒤섞인 해질녘의 어슴푸레한 빛에 개와 늑대가 헛갈려 보이는 시간대를 뜻한다. 친한 벗으로 보이던 개가 어느 순간 위협적인 늑대로 돌변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준기에게 ‘개와 늑대의 시간’은 언제일까.

“평소에는 친하고 존경하는 배우지만 저보다 뛰어난 실력에 라이벌 의식을 느낄 때죠. 얼마 전 전도연 선배님이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을 보고 ‘뛰어넘고 싶다’는 승부욕이 생겼어요. ‘개와 늑대의 시간’이 여러 번 찾아와 절 독한 배우로 만들어 줬으면 합니다.”

인천=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화보]지금의 이준기를 있게 해준 영화‘왕의 남자’ 기자시사회 현장
[화보]이준기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CF 생생화보
[화보]이준기 ‘터프남’ 변신한 영화 ‘플라이 대디’ 현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