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보증 이종격투기를 잡아라” 케이블TV ‘중계권 육박전’

  • 입력 2007년 2월 14일 02시 58분


K-1 경기에 나선 최홍만(왼쪽). 지난해 10월 최홍만이 출전한 ‘2006 K-1 월드그랑프리 오사카 개막전’은 당일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K-1 경기에 나선 최홍만(왼쪽). 지난해 10월 최홍만이 출전한 ‘2006 K-1 월드그랑프리 오사카 개막전’은 당일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매일 치고받고, 터지는 게 뭐가 그리 재미있니?”

TV로 이종격투기를 챙겨 보는 남편이나 아들에게 한 번쯤 해봤을 말이다. 이종격투기가 20∼40대 남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케이블 채널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자 케이블방송사 간에 치열한 중계권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K-1(월드그랑프리, 월드맥스)을 중계해 왔던 MBC-ESPN의 중계권 계약이 12일 만료됐다. 지난해부터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상파 계열 스포츠PP(KBS스포츠, MBC-ESPN, SBS스포츠)와 XTM(CJ미디어), 수퍼액션(온미디어) 등 채널 간 경쟁이 치열했다.

현재 K-1 주최사인 일본 FEG(Fighting Entertainment Group)와 마지막 협상 테이블에 앉은 케이블 채널 XTM과 MBC-ESPN.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K-1 중계권 때문에 골치가 아플 정도”라고 말한다.

CJ미디어 김정석 콘텐츠 구매팀장은 “이종격투기는 시청률이 높을 뿐 아니라 전체 채널 시청률까지 끌어올려 주기 때문에 각 방송사가 간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중계권 확보전은 첫 대회가 시작되는 3월 4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나머지 K-1 대회인 히어로즈, 다이너마이트 중계권은 온미디어가 가지고 있다.

케이블업계에 따르면 2002년 KBS스카이에서 방영할 당시 K-1 한 해 중계권은 9900만 원 정도. 2004년 MBC-ESPN이 계약하면서 3년간 8억 원으로 뛰었고 이번 계약에서는 3년 계약에 150억 원까지 예상된다.

스포츠마케팅사인 IB스포츠 김명구 국장은 “이종격투기의 인기가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전성기 복싱 시장을 능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온미디어는 CJ미디어가 중계하던 ‘프라이드’의 방영권을 5년간 118억 원에 계약했다. 프라이드의 경우 2002년 당시 중계권이 연간 1000만 원 내외였다는 후문.

그러나 중계권을 따냈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스타급 선수들의 이동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드’의 스타급 선수 미르코 크로캅(33·크로아티아)이 미국 이종격투기 리그인 UFC로 옮기자 UFC방영권을 가진 케이블채널 Xports(엑스포츠)는 만세를 불렀다. 4일 크로캅이 출전한 UFC 경기는 케이블 남성 전체 시청률에서 1위에 올랐다.

현재 프라이드의 대표선수인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러시아)가 다른 대회에 나갈 수 있는 프리랜서가 될 수 있다는 소문, 한국인 아버지와 프랑스계 캐나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파이터 데니스 강도 프라이드를 떠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MBC-ESPN 최진용 팀장은 “K-1도 최홍만이 올 줄 몰랐듯이 격투기 중계는 방송사 간 경쟁 못지않게 운도 따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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