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α’…모성애-생계이야기 등 새 흥행코드 개발

조폭 이야기에 모성애를 담은 영화 ‘해바라기’(위)와 생계형 조폭 이야기를 다룬 ‘마강호텔’(아래). 단순한 조폭 영화는 흥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폭+α’ 형태의 조폭 영화들이 개봉되고 있다.사진 제공 무비앤아이, 디어유엔터테인먼트

《조폭영화는 또 다른 조폭영화를 낳는가? 9일 개봉한 ‘열혈남아’를 비롯해 곧 선보일 ‘해바라기’ ‘마강호텔’ ‘우아한 세계’ 등 한국 영화계에 조폭 바람이 끊이지 않는다. ‘사랑’과 함께 2000년대 영화계 히트 소재로 꼽히는 조폭 이야기. “또 조폭이야”라며 손사래 치는 관객도 많지만 이를 피해가려는 듯 조폭영화는 폭력에 모성애나 생계 등 다른 요소를 첨가하는 ‘조폭+α’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 사내들의 살벌한 조직 문화나 나사 하나 풀린 ‘우스개 조폭’을 내세웠던 이전 영화로는 흥행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 거친 남성 잠재운 강렬한 애틋함

이미 개봉한 설경구 조한선 주연의 ‘열혈남아’와 23일 선보이는 김래원 주연 ‘해바라기’의 공통점은 애틋함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애틋함의 핵심은 중견 배우들의 모성애 연기다. 이 모성애는 인생 밑바닥을 기는 주인공들을 스스로 변모하게 만든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들을 조폭이 아닌 ‘한 인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것이 ‘조폭+모성애’ 영화의 특징이다.

친구를 살해한 조폭에게 복수를 하려 하지만 그 조폭의 어머니(나문희)에게서 모정을 느껴 복수를 포기하는 ‘열혈남아’의 재문(설경구),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희망을 주었다는 이유로 ‘해바라기 식당’의 여주인(김해숙)을 믿고 의지하는 ‘해바라기’의 태식(김래원). 두 영화는 격렬한 칼부림이 오가지만 이런 모성애 요소를 통해 미묘한 비장미와 조폭의 칼을 녹이는 어머니의 사랑 등을 함께 전한다.

‘해바라기’의 강석범 감독은 “모성애의 입장에서 조폭을 들여다보고 싶었다”며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으로 한 인간이 바뀌어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 씨는 “조폭영화 속 모성애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가족’이라는 집단을 내세움으로써 남성 위주의 조폭 문화를 무너뜨린다”며 “이런 영화들은 애틋함과 대비되어 더 강렬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 실직가장 등 현실적 공감에 호소

조폭이 조직 구조조정에서 실직(?)한다면? 또 성실한 가장이 조폭을 ‘부업’으로 한다면?

이런 경우 조폭은 생계 문제에 부닥치기 마련이다.

내년 1월에 개봉할 김석훈 주연의 ‘마강호텔’과 송강호 주연의 ‘우아한 세계’는 구조조정이나 실업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을 조폭 이야기에 붙였다.

조폭이자 청과물 도매업자인 강인구(송강호)의 이야기를 다룬 ‘우아한 세계’는 조직 생활에 충실한 만큼 좋은 아빠와 좋은 남편이 되고 싶어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마강호텔’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내몰린 조폭(김석훈)이 지방의 허름한 ‘마강호텔’에 내려가 취직한다는 줄거리.

조폭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취직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현실감이 드러나는 게 특징이다.

‘마강호텔’의 최성철 프로듀서는 “그간 살벌하고 비현실적인 모습 대신 생계를 위해 조폭 생활을 청산하는 이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퓨전 조폭’ 영화들의 등장에 대해 영화평론가 김봉석 씨는 “‘조폭영화=코믹’으로 여겨졌던 이전 영화들이 가족이나 일상 등 현실적 이야기를 더해 변모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시도도 조폭 얘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수 있으며 모성애나 가족애 등 지나치게 다른 요소를 부각할 경우 신파나 단순한 주제의 합성에 머물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