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들이 보도국 접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형님뉴스’

  • 입력 2006년 5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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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형님뉴스’를 통해 보도국을 ‘접수’한 건달들. 왼쪽부터 막둥이 장재영, 형님 강성범, 길용 김재우, 남출 이우제. 박영대 기자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형님뉴스’를 통해 보도국을 ‘접수’한 건달들. 왼쪽부터 막둥이 장재영, 형님 강성범, 길용 김재우, 남출 이우제. 박영대 기자
○“왜 이렇게 나쁜 일들만 일어나는지”

건달들이 뉴스를 진행한다.

두목 찌그래기(강성범·32)는 흰색 양복에 검정 코르사주를 달고 앵커석에 앉아 있고, 험악한 표정의 막둥이(장재영·30)와 남출(이우제·28)이 앵커 형님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방청객들로부터 수시로 억지 박수를 유도한다. 여야 간 정치 공방이 벌어지는 국회, 농민들의 쌀 시장 개방 반대 시위 현장, 어린이날을 맞은 놀이공원 등등 취재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은 행동대장 길용(김재우·27)의 몫이다.

목요일 밤 방송되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형님뉴스’에서 걸쭉한 호남 사투리를 써가며 수시로 “뉴스가 뉴스다워야 뉴스지”라고 외치는 네 명의 ‘건달 언론인’들에게 물었다. “뉴스다운 뉴스가 뭐죠?”

“사람들이 뉴스 보면서 욕 많이 하잖아요. 진짜 뉴스에서는 못 하는 말들을 속 시원히 해주는 게 형님뉴습니다. 예전에 ‘MBC 뉴스데스크’ 최일구 앵커가 했던 것처럼요. 원래 코너 제목도 ‘건달 데스크’로 하려고 했는데. 뭐 뉴스의 깊이를 추구한다기보다는….”(형님)

“형님, 우린 깊게 들어갈 수도 없잖습니까?”(남출)

“코미디에서 정치와 성 문제를 못 건드리니까, 둘 빼고 나면 사회 뉴스밖에 없어요. 뉴스가 다 똑같아요. 누가 때렸고 누가 맞았느냐만 다르지 매일 폭행이고 살인이고 그렇잖아요. 사실 우리 코너가 잘 되려면 사회에 문제가 많아야 되는데, 히히.”(막둥이)

“뉴스를 알면 알수록 화가 나요. 왜 이렇게 나쁜 일들만 일어나는지. 형님뉴스 끝나면 뉴스 끊고 살래요.”(길용)

“넌 지금도 안 보잖아.”(형님)

○“취재현장에 나왔는디 …신원조회 걸려서…”

‘형님뉴스’의 한 장면. ‘형님뉴스에 도움 주시는 분들 광고’라며 ‘내 안의 비밀정원, 장미문신’ 업체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 SBS

네 명의 언론인 건달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덩치 크게 보이기 위해 오리털 파카 위에 셔츠를 겹쳐 입고 취재 현장을 누비는 행동대장 길용이다.

앵커 형님이 “취재 현장에 행동대장 길용이가 나가 있습니다. 길용아!” 하고 부르면 길용이는 “식사하셨습니까, 형님! 현장에 나가 있는 길용입니다” 하고 씩씩하게 대답한다.

하지만 취재력은 형편없다. 국회 출입을 시도하다 신원조회에 걸리기도 하고, 기름값이 너무 올라 한산한 도로를 취재한답시고 퇴근길 강남대로를 막고 섰다가 물의를 빚기도 한다. “취재 나왔는디 도로에 차가 없어야 형님 체면도 좀 살고 뉴스 같기도 하고 그래가지고….”

물먹은 길용을 앵커 형님이 나무랄라치면 길용이는 울먹이며 평소 형님에 대한 충성심을 들먹인다. “형님, 저 길용이어라. 형님이 요즘 통닭은 너무 작다고 해서 동물원 가서 타조 튀겨온 길용이어라. 그때 다리만 일박 이일 먹었잖아요.” 형님도 그만 짠해진다. “그려, 내 알지. 닭똥집이 무슨 포수 글러븐 줄 알았어.”

방송 시작 두 달째 접어든 ‘형님뉴스’는 길용보다 담력과 취재력이 뛰어난 것으로 설정된 절도용의자 ‘덕근’이를 조만간 등장시킬 예정이다. 길용이가 사고 칠 때마다 형님은 “힘들면 덕근이 보내줄까나” 하지만 “길용이는 땅굴을 파서라도 취재하겄습니다” 하고 발끈하는 바람에 덕근이의 출연이 늦어지고 있다.

“다들 덕근이가 누굴까 궁금해들 하시는데 길용이가 시들해질 때쯤 덕근이를 등장시키려고요. 앞으로 일기예보도 나오고, 전문가 인터뷰 코너도 만들 겁니다. 뉴스가 뉴스다워야 하잖아요. 그럼, 식사하십쇼∼.”(형님)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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