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권 코드’가 MBC 위기 키웠다

  • 입력 2005년 12월 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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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의 황우석 교수 보도 파문은 노무현 정권의 ‘코드’가 키웠다고 우리는 본다. 방송을 정권의 ‘응원부대’로 생각하는 이 정권이 ‘코드’에 맞는 사람들을 방송계에 앉혀 ‘코드방송’을 부추겼고, MBC가 이에 ‘부응’한 것이 근본원인이기 때문이다.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상희 이사장은 현 최문순 사장을 선임한 뒤 “KBS가 정연주 사장 취임 이래 체질 개선을 해 온 데 보조를 맞추기 위해 최문순 체제를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체질 개선’이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임은 물론이다.

MBC는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공영방송이다.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전원을 방송위가 임명하는데, 방송위 이사 전원은 다시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코드’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소유 및 감독 구조로 돼 있는 것이다.

MBC 내부의 토양도 일찍이 코드화돼 있었다. ‘노영(勞營) 방송’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동조합이 방송을 장악함으로써 일부 이념편향적인 세력이 제작을 좌우해 왔다. 이 과정에서 내부 감시, 통제 기능은 사라져 버렸다. 최 사장 취임 이후 MBC가 대형 방송사고로 일곱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 그 증거다.

이번 황우석 교수 보도 사태는 이 양자가 맞물린 결과다. 실제로 PD수첩 제작책임자인 최승호 책임PD는 최 사장의 측근이고, 최 사장은 2004년 9월 5일 당시 ‘시사매거진 2580’ 제작책임자로 탄핵 사태 이후 최초로 노 대통령을 이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당사자다. 세 사람이 같은 고리로 연결돼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이 MBC의 무리한 취재에 대해 두 번이나 ‘감싸기’에 나선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언론은 어떤 시대 상황에서도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국민의 이익에 봉사해야 한다. 정권이 언론의 코드화를 부추기고, 언론이 이에 맞장구를 친다면 제2, 제3의 MBC 사태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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