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이식 수술을 받은 배우 양택조(66) 씨는 20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어울림누리 연습실에서 연극 ‘안중근과 침략자 이등박문’을 연습하면서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양씨는 4월 21일 아들 형석(36)씨로부터 간을 이식받고 보름 만에 퇴원한 직후부터 곧장 연습실로 달려와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 작품은 1964년 작고한 부친 양백명 씨가 희곡을 쓰고 직접 고종 역을 맡기도 해 양 씨에게는 남다른 감회가 있다.
양 씨는 지난해부터 고양시연극협회장을 맡으면서 이 연극을 기획해 왔으며 8월 11일부터 15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그는 “박근형, 최길호, 원석연 등 중견 배우들이 출연해 민족의 애환을 선 굵은 연기로 표현할 것”이라며 “새 생명을 얻고 처음 무대에 오르는 만큼 나 역시 신인의 마음으로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것을 빼면 매일 오후 연습실에서 후배들과 구슬땀을 흘리는 그는 술 담배도 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집 부근의 호수공원을 산책하는 것을 중요한 일과로 여기고 있다.
양 씨는 요즘 대중예술의 상당부분이 젊은 층의 시각에만 맞춰져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건강도 회복됐겠다, 중장년층은 추억을 떠올리고 젊은 층은 앞선 세대를 이해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솟구쳐. 매년 한 작품씩 이렇게 규모 있는 연극을 만들 테니 두고 봐요.”
이번 공연이 마무리되면 북한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이 연극을 공연할 수 있도록 관계당국과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작품에 대한 열정을 힘주어 강조하던 그이지만 자식들 얘기를 꺼내자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들은 두 달 만에 정상으로 회복돼 다행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씻을 수 없는 미안함이 남아있다는 것.
양 씨는 “그런 마음까지 모아서 관객들에게 양택조의 연기를 마음껏 선보이고 싶다”며 “곧 건강한 모습을 무대에서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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