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 보도본부장 “KBS 책임지려는 경영진이 없다”

  • 입력 2005년 3월 27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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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金弘) KBS 보도본부장이 최근 발생한 KBS 사측의 노동조합 간부회의 불법 녹음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사태에 경영진의 일원으로 책임을 지고 25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의 사의 표명은 노조가 불법 녹음 사건과 관련해 정연주(鄭淵珠) 사장에게 “29일까지 책임지고 자진 사퇴하라”고 요구한 상황에서 불거져 나와 정 사장은 앞으로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

이와 관련해 KBS의 한 팀장은 “김 본부장이 25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불법 녹음 등 KBS의 위상을 흔드는 여러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지려는 경영진이 없다. 나라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다”고 27일 전했다.

김 본부장은 녹음 파문 후 24, 25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KBS가 지난해 638억 원의 적자를 낸 것 △시사 프로그램인 ‘생방송 시사투나잇’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누드 패러디해 물의를 빚은 것과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를 그대로 내보낸 것 등에 대해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BS 내에서는 김 본부장의 뜻에 다른 임원들도 동조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KBS의 한 직원은 “김 본부장의 사의 표명으로 경영의 총책임자인 정 사장이 큰 부담을 안게 됐다”며 “정 사장이 팀장 등을 시켜 김 본부장의 복귀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S 노동조합(위원장 진종철·陳鐘哲)은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측의 대(對)국민 사과는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며 “29일까지 정 사장이 자진 퇴진하지 않을 경우 30일부터 사장 출근 저지 투쟁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사측이 내놓은 경영진 감봉 3개월 조치는 단 600만 원으로 KBS의 도덕성과 신뢰성을 무너뜨린 책임을 모면하겠다는 수치스러운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전지원 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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