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실리2km' 주연 임창정, '웃음+눈물'서 '웃음+공포'로

  • 입력 2004년 8월 11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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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실리 2km’에서 웃음과 공포를 이종교배한 독특한 연기를 보여주는 임창정. 웃음 연기의 비결에 대해 그는 “‘오버’하지 않고 실생활을 치밀하고 정직하게 파고드는 것”이라고 말했다.-원대연기자
영화 ‘시실리 2km’에서 웃음과 공포를 이종교배한 독특한 연기를 보여주는 임창정. 웃음 연기의 비결에 대해 그는 “‘오버’하지 않고 실생활을 치밀하고 정직하게 파고드는 것”이라고 말했다.-원대연기자
임창정(31)은 밝았지만 예상만큼 신이 난 것은 아니었다. ‘펑키 호러’란 기이한 장르 명을 내건 영화 ‘시실리 2km’의 개봉(13일)을 앞두고 만난 그의 머리 속은 ‘이 장면을 잘라내 빠른 템포로 가져가면 어떨까’ ‘이 장면에 잔소리가 많아 늘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갖가지 상념들로 얽혀 있었다.

“이젠 숙제하는 기분으로 쫓기며 살지 않겠어요. 가장 좋아하는 한 가지만 하겠어요. 정말 미치도록 노래가 부르고 싶어지면? 그땐 노래방으로 달려가죠.”

‘색즉시공’과 ‘위대한 유산’의 흥행 성공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임창정은 삶과 연기에서 어떤 변곡점에 서 있는 듯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가수 은퇴를 선언한 뒤 그가 ‘순도 100%의 영화배우’로서 선택한 첫 작품.

“뭔가를 폭발시키고 싶은 욕구에 어렵게 브레이크를 걸었어요.”

수백억 원 대의 다이아몬드를 훔쳐들고 조직을 배신한 석태(권오중)와 이를 뒤쫓는 양이(임창정) 일당. 이들이 너무 평화로워 오히려 의심쩍은 마을 시실리에서 겪는 이야기를 담은 ‘시실리 2km’는 코미디와 호러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영화다. 이마에 대못이 박힌 섬뜩한 시체가 사투리 대사를 진지하게 늘어놓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이 영화는 시각적 이미지(호러)와 그 이미지가 속해 있는 맥락(코미디)을 정면충돌시킨다.

⊙“난생 처음 노출신했어요”

“난생 처음 ‘아랫도리 공사(중요부위를 가리는 것을 일컫는 영화계 용어)’를 했어요. 파스 같은 걸 붙였는데 뗄 때 너무 아프더라고요. (웃음)”

임창정은 몸을 던졌다. 마을 사람들에게 집단 구타당하는 장면을 촬영하느라 오른쪽 갈비뼈에 금이 가기도 했다. 처녀귀신이 남자 ‘물건’을 두려워 한다는 말을 듣고 하체를 홀딱 벗은 채 마을을 휘젓고 다니는(불행히도 모자이크 처리된다) 그의 첫 노출신도 있다.

앞머리를 짧게 자른 극중 양이의 헤어스타일은 그가 고안해낸 것.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머리통에 쫙 달라 붙이는” 고통스런 파마를 거듭해야 유지되는 이 머리에 대해 그는 “부하들에게 만만해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를 살리면서도 주변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확’ 망가져 버리는 양이의 신세를 표현한 머리 모양”이라며 이 영화의 컨셉트 만큼이나 복잡하게 설명했다.

가스배달, 신문배달, 웨이터 등 안 해본 것 없이 고생하다가 한 발짝 한 발짝씩 성공가도를 밟아온 그는 요즘 불면증 때문에 밤마다 소주잔을 기울이는 일이 늘었다고 했다. 그는 “순수했던 내 속의 것들이 점점 없어지는 것을 느낀다”면서 “내년에는 결혼 하겠다”고 말했다.

⊙배우 단 12명… 제작비 비밀이에요

그가 제작자로서 참여한 첫 영화이기도 한 ‘시실리 2km’는 단 12명의 배우를 등장시키면서도 120명이 등장하는 듯한 ‘정신 사나운’ 소동극을 만들어낸 경제적 영화. 그는 “제작비를 절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알차게 만들어 많이 남겨먹자는 게 내 신조”라고 말했다.

“도대체 평생 얼마를 벌고 싶은가”라고 묻자 임창정은 “‘그저 불편 없이 먹고 살 정도’라고 대답한다면 그건 극히 연예인적인 코멘트일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먹고 싶은 거 먹고 쓰고 싶은 거 쓰고 나서도 통장에 좀 (돈이) 남아있는 정도요. 꿈과 야망이 있는 남자라면 한 50억(원)? 이 선을 넘어서면 100억(원)이나 1000억(원)이나 똑같아요. 어차피 감이 안 잡히니깐.”

그는 “다리 짧은 게 평생의 한”이라면서도 “장동건처럼 얼짱이거나 누구처럼 몸짱은 아니지만 남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재주를 갖게 돼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는 ‘파 송송 계란 탁’이란 차기작을 통해 무지하게 슬픈 가족애를 연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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