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수사상황 일절 공개 않기로…알권리 논란일듯

  • 입력 2004년 7월 5일 18시 46분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에 출두하면 가장 먼저 거치는 ‘통과의례’가 기자들의 질문 공세와 카메라 세례를 받는 것이다.

신문과 TV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런 장면은 대부분 검찰이 소환대상자의 출두시간을 언론에 공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법무부는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이 같은 검찰 수사 관행에 제동을 거는 ‘인권보호수사준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언론의 취재활동은 제한될 수밖에 없어 고위 공직자 등 공적 인물 조사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와 ‘피의자 인권보호’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 내용=법무부가 5일 공개한 이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는 피조사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 사실은 물론 피조사자의 소환 여부와 일시, 귀가시간, 구속영장 집행시간 등 수사 상황을 일절 공개할 수 없다.

기존 수사준칙은 ‘검사는 사건 관계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그들의 명예가 손상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해 대부분의 수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또 기소 후 첫 공판 이전이라도 피고인측이 사건기록 열람이나 복사를 신청하면 수사기밀 유지나 사건 관계인의 비밀보호 등 부득이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허용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검찰이 소환 수사를 최소화하고 소환할 경우 피해 사실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냐 ‘피의자 인권보호’냐=이 개정안은 인권보호 측면에서는 획기적인 조치지만 언론의 취재활동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은 기소 이후에야 수사 상황을 밝힐 수 있어 고위 공직자 등 공적 인물이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더라도 기소될 때까지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정재철(鄭在哲) 교수는 “공적 사건과 사적 사건을 구분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건에 대해 기자들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서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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