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문제의 화면을 네 차례나 반복해 내보냈다. MBC는 엄기영 앵커가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미국인의 목을 베는 장면이 이슬람 웹사이트에 공개됐습니다. 보기가 두려운 화면입니다”라고 소개한 뒤 복면을 한 조직원이 칼을 빼들고 미국인을 쓰러뜨리는 장면을 두 차례 방영했다. 이어 워싱턴 특파원이 미국 현지의 반응을 전하는 다음 뉴스에서도 같은 장면이 두 차례 나왔다.
KBS ‘뉴스 9’도 첫 머리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조직원이 칼을 꺼낸뒤 미국인을 쓰러뜨리는 모습을 그대로 방영했다.
SBS ‘8 뉴스’는 칼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미국인이 넘어지려는 순간까지만 방영했다. 박상규 앵커는 “너무 잔인하기 때문에 일부 화면은 편집했다”고 전했다.
문제의 화면이 방영되자 KBS와 MBC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를 비난하는 게시물이 이어졌다. KBS 사이트에 글을 올린 김영광씨는 “그런 장면을 어떻게 여과 없이 프라임 타임 뉴스 시간에 방송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김경희씨도 MBC 사이트에 “나는 임산부다. 그런 끔찍한 장면을 최소한의 책임의식도 없이 내보낼 생각을 하느냐”며 사과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염성아씨는 “이런 장면을 보여주기 전 앵커가 충분히 고지해 시청자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앵커의 멘트로는 참수 직전의 장면이 나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방송 심의규정 제36조에 따르면 총기 도검 등을 이용한 잔학한 살상 장면을 방송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문제의 화면이 이 조항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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