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허~참, 벌써 20년… ‘가족오락관’ 그가 지키고 있었다

  • 입력 2004년 5월 6일 18시 22분


‘가족오락관’ 방송 1000회를 앞두고 있는 허참. 그는 옷이 꼭 맞지 않으면 진행이 안돼 방송용 의상을 협찬받지 않고 서울 이태원 단골 양복점에서 맞춰 입는다. 170cm에 72kg으로 약간 비만이지만 늙어보일까봐 살은 빼지 않는다고 했다. 박영대기자
‘가족오락관’ 방송 1000회를 앞두고 있는 허참. 그는 옷이 꼭 맞지 않으면 진행이 안돼 방송용 의상을 협찬받지 않고 서울 이태원 단골 양복점에서 맞춰 입는다. 170cm에 72kg으로 약간 비만이지만 늙어보일까봐 살은 빼지 않는다고 했다. 박영대기자
“벌써 20년이나 흘렀나요. 사람들이 ‘허 참, 징하게도 오래 한다’고 할 만하네요.”

허참(본명 이상룡·55)이 진행하는 KBS1 TV의 ‘가족오락관’(토 오후 6시)이 다음달 19일 방송 1000회를 맞는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간 여성 MC는 오유경 정소녀 김자영 김혜영 전혜진 장서희 손미나 윤지영 박주아 등 16명. 담당 PD도 23명이나 바뀌었다.

허참은 1984년 4월 3일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메인 MC 자리를 지켰다. 1987년 교통사고로 드러누워 딱 한 번 쉰 것을 빼고는 20년 개근이다. 허참은 “장수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그럴 때마다 뾰족한 대답을 못 찾는다.

“그런 것 없어요. 오래 하겠다는 욕심도 없었고, 그저 매번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어요. 오히려 목표가 없어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목적지가 있었다면 지루하고 힘들었을 텐데 말이죠.”

남현주 담당 PD는 허참의 강점으로 순발력을 꼽았다.

“허씨는 강한 순발력으로 진행을 쥐락펴락합니다. 중간에 NG가 나는 경우가 드물어 1시간짜리 방송을 녹화하는데 1시간 반 이상 걸리지 않아요. ‘가족오락관’은 ‘허참오락관’입니다.”

그가 지금의 예명(藝名)을 얻은 것도 순발력 때문이다. 73년 군 제대 후 부산에서 무작정 상경해 서울 종로의 음악다방 ‘쉘부르’를 찾았다. 객석에 앉아있던 허참은 행운권 추첨에 당첨돼 무대 위로 불려 올라갔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모르겠는데요.”

“허 참, 자기 이름도 모르다니.”

“허 참, 그게 내 이름인데요.”

당시 ‘쉘부르’ 사장이던 이종환은 허참의 순발력을 높이 사 DJ로 채용했고 이곳에 들렀던 MBC 라디오 박원웅 PD가 74년 그를 MBC FM의 ‘청춘은 즐거워’의 DJ로 발탁했다.

“준비 없이는 애드리브(즉흥 대사)도 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나도는 유머란 유머는 모두 달달 외울 정도로 숙지하고 있어요. 유머 전집은 머리맡에 놔두고 보고,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유머를 찾아주기도 하지요. 출연자들의 활동사항과 개인적인 특징을 미리 취재하고 녹화 전에 몇 마디 주고받다 보면 한번은 기회가 옵니다. 그때 외워 둔 유머를 상황에 맞게 응용하는 겁니다.”

“좋아하는 MC들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하자, 허참은 “김동건의 편안함, 황인용의 언어 구사력, 임성훈의 실수 없는 매끈함, 김병찬의 깔끔한 매너”를 꼽았다. 본인의 강점에 대해서는 “글쎄요” 하며 한참 뜸을 들였다.

“저는 튀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주인공은 출연자들이죠. 출연자들이 빛을 발하도록 뒤에서 돕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엄마처럼, 가정부처럼 설거지 마무리까지 다 하고….”

허참은 무대에 서도 떨지 않게 된 게 불과 2, 3년 전부터라고 했다. 1시간 반 동안 긴장한 상태에서 녹화를 끝내고 나면 탈진 상태가 된다.

“스트레스는 술로 풉니다. 두주불사형이지요. 담배도 하루 한 갑 반 피우고요. 요즘 들어 등산도 하고 반신욕도 하고 건강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어요. 20년간 드러눕지 않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입니다.”

허참은 가족오락관 진행 20주년 기념으로 10, 11일 오후 6시반 서울 중구 장충동2가 소피텔 앰배서더호텔에서 디너쇼(문의 02-2270-3123)를 갖는다. 그는 자신의 애창곡인 ‘갈대의 순정’을 포함해 14곡을 부른다. 설운도 현숙 송대관 현철 방실이 배일호 최진희가 우정 출연한다.

“사회는 누가 보느냐”고 물었다.

“허 참, 내가 있는데 누가 봅니까.”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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