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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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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백령도 물범’으로 불리는 이들은 장어와 까나리를 사냥하기 위해 물속에서 합동 작전을 펼치기도 하고, 바위 위에 축 늘어져 하품을 하다가 휴식 공간을 둘러싸고 싸우기도 한다. 그러다가 겨울이 되면 다시 사라진다.
북위 45도 이북에 서식하는 보통 물범과 달리 38도 이남 백령도에 사는 이들 물범은 국제학계의 관심거리다. KBS1 자연다큐멘터리 ‘서해의 마지막 제왕, 백령도 물범’(5일 밤 10시)이 이들 물범의 겨울 이동 경로와 생태를 밝혔다. 이들의 이동 경로가 밝혀지는 것은 처음이다.
이동경로 추적 프로젝트에는 세계적 전문가인 미국 국립해양포유류연구소의 블라디미르 부르카노프 박사가 자원했다. 지난해 10월 물범 3마리의 머리에 위성 추적기를 달아 왕복 1600km에 이르는 이들의 이동 경로를 포착했다. 물범들은 백령도에서 출발해 북한 해안을 따라 북상한 뒤 중국 발해만에이른다. 왕복 1600km로 물범들은 발해만에서 새끼를 낳는다. 이후 3월이 되면 물범들은 먹이가 풍부한 백령도로 내려온다. 부르카노프 박사는 이 연구 성과를 국제학회에 발표하기로 했다.
추적은 쉽지 않았다. 위성 추적에도 불구하고 하루 한두 차례만 위치를 잡을 수 있었다. 제작진은 물범을 보지도 못하고 배 위에서 1주일을 보낸 적도 있다.
물범에게 가장 위험한 적은 약재나 박제용으로 밀렵하는 중국인 어부들이다. 13개월간 물범을 따라다닌 김서호 PD는 “밀렵으로 어미를 잃은 새끼들끼리 나오지도 않는 서로의 젖을 빨려고 하다가 굶어죽을 때 가장 안타까웠다”며 “이번에 밝혀진 이동경로에 있는 한국 북한 중국 당국이 공동 보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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