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저는 냉장고 미인이래요"…CF통해 女연예인 이미지 분석

  • 입력 2004년 1월 8일 18시 49분


김남주
《“여자라서 행복해요.”(심은하·디오스 냉장고) 국내 가전제품의 고급화를 본격 주도한 ‘양문여닫이 냉장고’와 ‘드럼 세탁기’. 이들 제품 CF 모델에 특정 연예인이 선택되는 배경에는 숨 막힐 정도로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도사리고 있다. 가전회사들은 여성 연예인들의 외모와 이미지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에 어긋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CF 계약서에 넣기도 한다. 기업체 광고 담당자들을 만나 ‘냉장고 미인’과 ‘세탁기 미인’에 숨겨진 마켓팅 전략을 살펴봄으로써 여성 연예인들의 이미지가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알아본다. (도움말: 피닉스컴 광고3본부 권문석 국장, LG애드 홍보팀 류효일 부장, 제일기획)》

● ‘양문 냉장고’의 미인 대결

탤런트 최명길 이영애 김남주는 삼성 ‘지펠’ 냉장고의 모델들이다. 고급스럽고 고전적인 이미지를 평가받았다는 게 광고 제작자들의 분석. 김남주(2002년∼현재)는 시원스럽고 ‘통’이 클 것 같은 이미지가 평가됐다. 광고에서 거울을 보며 몸단장하는 장면은 ‘청담동 미시의 외출 준비’ 분위기를 노린 것이다. “문만 닫아도 알아요.”

‘지펠’의 첫 모델은 최명길(1998∼2000년). 당시 200만원 남짓하던 냉장고에 대한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도전적이진 않지만 남자에게 자기주장을 확실히 하는 여자’의 이미지를 내세웠다. 최명길은 부드럽지만 뒤로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를 평가받았다.

LG의 ‘디오스’는 ‘안(內)주인’의 이미지를 내세웠다. ‘실제로 냉장고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할 것 같은’ 모델에 초점을 맞췄다. 첫 모델은 ‘부드럽고 가정적인’ 이미지의 심은하(2000∼2001년)였다. 그의 동양적인 얼굴선은 순종적인 인상을 준다. SBS ‘청춘의 덫’에서 남자에게 유린당하는 모습은 ‘기다림에 익숙한 현모양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두 번째 모델 김희선(2002∼2003년)은 두 편으로 단명했다. 심은하 은퇴 후 톡톡 튀는 이미지로 발탁됐지만 그가 빨간 립스틱을 칠한 채 빨간 딸기를 물고 있는 광고는 대형 냉장고의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충돌을 일으켰다.

송혜교(2003년)는 SBS 드라마 ‘올인’의 인기를 업고 이 모델에 발탁됐다. 송혜교는 심은하의 얌전해 보이는 얼굴에다 김희선의 젊은 이미지를 겸비했다. 탤런트 이병헌과 곧 결혼할 것 같은 ‘여자의 행복감’도 풍겼다. 그러나 성숙하기보다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가 대형 냉장고에 맞지 않는다는 일부 평가도 있었다.

●‘드럼 세탁기’의 미인 대결

LG ‘트롬’ 모델은 2002년부터 고소영이 맡고 있다. 고소영은 인지도가 높으면서도 이상하게 ‘희귀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의 장점은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무척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여자’의 이미지.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다소 ‘공주’같은 어투는 신상품을 강조하는데 적합했다. 시원한 눈매는 세탁기에 필수적인 깨끗한 이미지를 주었다는 분석이다.

삼성 ‘하우젠’의 첫 모델은 채시라(2002∼2003년). 세련되고 도도한 미시 이미지를 평가받았다. 채시라는 평소 머리칼을 머리에 딱 붙이는 헤어스타일을 고수해 왔는데, 이는 ‘비싼 물건을 찾아다니는 똑 부러지는 여자’의 강한 눈빛을 강조하는 이미지로 평가됐다. 채시라에 대해 소비자들 사이에 호오(好惡)가 엇갈리는 점이 오히려 브랜드 전략의 강점으로 분석됐다. ‘아무나 살 수 없을 것 같은’ 이미지를 줌으로써 오히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물건을 사고 싶은’ 질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

두 번째 모델 한채영(2003년∼현재)은 ‘남의 것을 빼앗을 것 같은 여우’의 이미지에 얼굴의 뚜렷한 음영(陰影), 풍만한 가슴으로 ‘여피’의 도회적이고 세련된 인상을 준다. 한채영은 이 광고가 나가는 동안 ‘술집 여성’이나 ‘표독한 악녀’ 같은 역할은 맡지 않기로 계약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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