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英 BBC TV 책프로 '빅리드' 선정기준 논란

  • 입력 2003년 11월 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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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영방송인 BBC TV의 간판 독서프로그램 ‘빅 리드(Big Read)’가 ‘공익성 시비’로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발단은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가 뽑은 인기소설 100선’의 명단을 최근 방송에 발표하면서부터.

명단이 발표되자 작가 앤드루 오헤이건(35·사진)은 ‘문단의 의사를 대변한다’는 전제로 이 프로그램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의견을 밝혔다. 오헤이건씨는 99년 발표한 소설 ‘선조들(Our Fathers)’로 1999년 부커상 유력후보에 올랐고 2000년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 그는 “이 프로그램이 비문학적일 뿐 아니라 반문학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말에 동의한다”며 “이 프로그램은 ‘대중의 의견이란 항상 비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잘못된 가정을 전제로 한다”고 비판했다.

오헤이건씨는 이어 “나는 대중의 의견이라는 것을 혐오한다. 책에 대한 대중의 선택은 구역질나는 것이 되기 쉬우며, 또한 (‘빅 리드’ 프로그램이 공개한 목록을 살펴본 결과) 실제 그런 것으로 나타났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오헤이건씨의 비난에 이어 방송에서 주로 활동해 온 문학평론가이자 작가인 애덤 마스 존스도 “그 프로그램은 추잡하다”며 가세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한나 베커먼 PD는 “독자의 입장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작가들에게 실제로 인세를 지급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상기시켜 준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독특한 점”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빅 리드’는 매주 토요일 오후 9시부터 90분 동안 BBC 2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독서 프로그램. ‘100선’ 발표 장면은 영국 전역에서 23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프로그램은 이날 ‘100선’ 중 상위 21권의 목록을 순위 없이 발표했으며, 이를 대상으로 시청자 의견을 다시 조사해 12월 13일 방송에서 ‘톱 21’의 순위를 발표할 예정이다.

‘톱 21’에는 판타지의 고전으로 꼽히는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등이 포함돼 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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