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층은 여성 40, 50대와 남성 50대다. 이들의 시청률은 13.41%∼24.73%인 반면 20대 여성의 시청률은 6.76%에 불과하다.
‘태양의 남쪽’은 최근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KBS2 ‘노란 손수건’ 등 멜로드라마 바람을 타기도 했지만 이보다 더‘아날로그적 신파’를 보여주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SBS는 10월 4일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내의 곁을 지키는 ‘착한’ 남자를 다룬 김수현 극본의 최루성 주말극 ‘완전한 사랑’을 첫 방송할 예정이어서 신파조 멜로드라마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태양의 남쪽’이 지닌 인기코드를 분석해본다.
▽아날로그적 ‘편지’=이 드라마의 주 시청층은 중년 여성이다. 김은숙 작가는 “모든 중년 시청자들이 가지고 있을, 연애편지를 쓸 때의 아릿한 경험을 편안하게 자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감옥에 갇힌 성재(최민수)가 떠나기 전의 41세 동갑내기 약혼녀 민주(유선)와 면회하며 나누는 마지막 대화는 특히 애틋하다. “우울해 하지 말고, 밥도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웃고. 민주야, 그래야 내 맘이 편해.”(성재) “내가 오빠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민주) “알아. 그래서 더 미안하다. 너 이렇게 만들어 놓고도 그 사랑 받고 있어서.”(성재)
옥살이 하는 성재와 메마른 남편에게 버림받아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하고 있던 연희(최명길)가 자기가 놓인 상황과 반대되는 ‘거짓’ 편지를 주고받는 대목은 e메일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기다림과 사랑의 의미를 일깨운다는 분석이다.
“만선의 깃발을 올리고 돌아올 때, …작업을 마치고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어 있을 때…, 그 행복으로 또 하루를 삽니다. 여기선 시간이 파도처럼 흘러갑니다.”(성재) “결혼한 지 8년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남편은 내 손을 잡고 산책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런 남편을 볼 때마다 세상엔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구나,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연희) “나는 자유롭습니다.”(성재) “나는 행복합니다.”(연희)
연희가 남편의 젊은 여자에게 체념한 듯 내뱉는 말도 중년 여성의 심리를 제대로 자극했다는 평가. “결혼해 보니까 그래요. 남자보다 여자 인생이 더 질척해요. 결혼도 하기 전에 미리 질척해지지 말아요.”(연희)
▽아날로그적 캐릭터=등장인물들은 △배신당하는 남자(성재) △배신하는 남자(용태) △버림받은 여자(연희) △희생하는 여자(민주) 등으로 역할의 선악 캐릭터가 뚜렷하다. 최민수의 경우 배신한 친구에게는 짐승처럼 날선 복수심을 불태우고, 운명적 여인과의 사랑에서는 한없이 부드럽고 약한 연기를 보여준다.
최민수 최명길과 더불어 연극배우 출신인 유선(민주) 등 차분한 중저음을 보여주는, ‘오디오가 강한’ 배우들이 운명적인 사랑의 주인공으로 대거 출연한 것도 중년여성 시청자들의 소녀적 감성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다.
▽아날로그적 작가=이 드라마의 작가는 역설적이게도 30대 초반의 여성 김은숙 강은정씨로 두 사람 모두 데뷔작이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97학번 동기인 이들의 실제 삶도 아날로그적이다. 대학 내내 시와 소설을 공부한 이들은 휴대전화의 문자 메시지도 사용하지 못한다. 컴퓨터도 ‘타자기’ 수준으로 사용한다. 냉장고의 기능 중 유일하게 사용하는 것은 ‘온도 조절’ 기능일 정도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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