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로 DVD, 왜 잘 먹히지 않을까?

  • 입력 2003년 9월 3일 16시 34분



‘DVD에서는 에로 장르가 먹히지 않는다?’

미디어의 대중화에는 늘 ‘섹스’ 코드가 좋은 싫든 큰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VCR이 국내에 보급된 80년대 초 불법 성인용 비디오가 동네 대여점마다 넘쳐난 적이 있다. 빌려볼 만한 영화가 거의 없는 실정에 VCR로 ‘야한 것’을 보고 싶은 본능이 작용해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인터넷이 등장한 90년대 초도 마찬가지. 인터넷만 할 수 있다면 바로 ‘펜트하우스’ ‘플레이보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가장 먼저 접속하는 게 유행이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최근 국내에서 DVD 붐이 일고 있지만 에로 DVD는 거의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기심으로 사는 극소수를 빼면 비인기 장르로 전락하고 있다. DVD에 와서는 이른바 ‘미디어와 섹스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걸까?

▽새로울 게 없다=국내에 나와 있는 성인용 DVD 대다수는 알고 보면 저예산 16mm에로영화다. 따라서 DVD의 장점인 뛰어난 화질과 음향은 기대하기 어렵다. 속속 에로 DVD가 발매되고 있지만 판매량은 불과 수백 장 수준. 최소한 1000∼2000장은 팔려야 수지타산이 맞는데 오히려 출시할수록 손해만 보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기존 대여점에서 빌릴 수 있는 에로비디오와 다른 점이 거의 없는 것도 큰 약점. 일부 DVD에서는 NG장면이나 베드신만 따로 보는 기능을 넣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비디오로 보나 DVD로 보나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미국 일본 등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포르노 DVD’를 국내에서 살 수 없는 것도 에로 DVD 시장 부재에 한몫하고 있다. ‘글래디에이터’를 패러디한 블록버스터 포르노부터 다양한 성적 판타지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다양한 성인 전용의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영상에 실감 넘치는 5.1채널의 입체음향을 담은 해외 DVD의 유입이 국내 실정법상 완전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몰래 들여온 성인물 DVD가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지만 소량이라 중고품조차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칼리큘라’ ‘펜트하우스’ 시리즈 등 농익은 제목의 DVD가 국내에 공식 출시돼 있지만 실제 보면 절반 이상의 분량이 가위질된 탓에 보고 있노라면 측은한 마음까지 들 정도다.

그러나 본격적인 해외 포르노 DVD의 국내 유입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원래 해외 인터넷쇼핑몰에 주문한 성인물 DVD는 대부분 세관에서 적발돼 당사자에게 통보하고 소각된다. 요즘은 이런 단속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해외 인터넷쇼핑몰까지 나타나고 있다.

∇에로 DVD의 역습?=국내를 제외하면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포르노 DVD는 제법 시장이 크고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허슬러, 프라이빗, 디지털신, VCA 등 미국의 유명 성인 영상물 전문업체들도 VHS비디오에서 빠르게 DVD로 재편되는 뉴미디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운을 걸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미 이들 업체에서 선보이는 포르노 DVD의 수준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땀구멍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고화질에다 같은 장면을 다양한 각도를 선택해 볼 수 있는 ‘멀티앵글’ 기능까지 지원하고 있다. 사운드도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극장과 같은 돌비디지털과 DTS 5.1채널의 완벽한 서라운드 음향을 제공한다. 여기에 포르노 여배우 인터뷰, 제작과정과 NG 장면 모음, 인터넷 팬 게시판(BBS) 접속기능, 포토 갤러리 등 다양한 보너스 영상까지 DVD에 수록하고 있다.

아예 지나 제임슨, 데본 등 유명 포르노 스타들을 내세운 ‘버추얼섹스’ ‘사이버섹스’ 시리즈 DVD까지도 등장하고 있다. 감상자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영상을 보거나 바꿀 수 있는 이른바 ‘쌍방향(인터랙티브)’의 첨단 방식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해외물에 맞서 얼마 전에는 국내 에로비디오의 가공할 만한 ‘역습’도 있었다. 최근까지 에로비디오 제작사들의 90% 이상이 망했다. 한 DVD제작사가 이들의 판권을 모아 106편의 에로영화를 2편씩 DVD 53장에 담아 장당 1만원에 동시 출시한 것. 대여든 판매든 ‘에로 DVD’의 부활을 꿈꾼 이 시도는 총 10만장 이상 판매되는 꽤 성공적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고품격 에로’는 살아남는다=16mm 에로 DVD가 부진한 성적을 기록할 때 ‘고품격 에로’로 일부 DVD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무삭제판 DVD로 출시돼 인기를 끈 ‘원초적 본능 특별판(SE)’을 시작으로 ‘쇼걸 SE’, ‘말레나 SE’, ‘돌이킬 수 없는’ 등이 잇따라 ‘노컷(No Cut)’판으로 발매돼 DVD 마니아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내용도 탄탄하고 에로틱한 장면이 그대로 복원되어 볼만 한 에로 DVD가 없는 틈새를 메워주고 있다. 아무튼 시대를 초월해 더 야한 것을 찾는 욕구는 DVD에서도 변함없는 셈이다.

김종래 / 파파DVD 대표·jongrae@papadv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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