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전화기를 마이크 삼아" KBS2R 전화노래자랑 인기

  • 입력 2003년 8월 26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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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전화노래자랑 프로그램인 KBS 2라디오 ‘이호섭 임수민의 희망가요’. 4인조 전문밴드가 반주하는 노래자랑 코너에는 30∼70대가 참여한다.
국내 첫 전화노래자랑 프로그램인 KBS 2라디오 ‘이호섭 임수민의 희망가요’. 4인조 전문밴드가 반주하는 노래자랑 코너에는 30∼70대가 참여한다.
“두 아이를 둔 36세 주부입니다. 남편과 함께 배 과수원과 벼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노래자랑에 몇 번 참가했는데 매번 미역국을 마셨고, 남편은 ‘당신은 안돼’라며 제 가슴에 소금질을 했습니다. 눈을 떠도 감아도 자꾸만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배 밭에서도 논에서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불러주십시오.”(전북 익산시 박모씨)

KBS 2라디오 ‘이호섭 임수민의 희망가요’(매일 오후 2·05) 인터넷 게시판에는 ‘전화노래자랑코너’에 참가를 원하는 청취자들의 사연이 매주 100건 가까이 오른다. 하루 6명(월∼목)이 전화로 노래자랑을 벌이는 이 코너는 1991년 5월 ‘희망가요’가 시작할 때부터 도입돼 13년째 계속되고 있다. ‘희망가요’는 9월3일 4500회를 맞는다.

이 코너는 500여명의 신청자가 밀려 있어 신청 뒤 5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 신청곡의 대부분은 트로트다.

이 코너의 인기 비결은 노래방 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전문 악단이 반주를 해주는 등 ‘사람 냄새’ 풍기는 진행 방식이라고 제작진은 설명한다. 초기에는 아코디언 하나로만 반주했으나 어느 덧 키보드 베이스기타 기타 색소폰도 가미됐다. 키보드를 맡은 조규철씨는 이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운명 같은 여인’이란 신곡을 내고 가수로도 활동 중이다.

그동안 노래자랑에 참여한 청취자들을 둘러싼 사연도 많았다. 정형외과 입원실에서 다리를 천장에 매단 환자가 노래하고 같은 병실의 환자들이 응원한 경우도 있었다. 병상에서 며칠을 넘기기 어렵다는 아내를 위해 애절한 노래를 부른 남편도 있었고, 가출 남편을 찾기 위해 나선 아내도 있었다. 노래하던 청취자가 흥에 겨워 몸을 흔들다가 전화 코드가 뽑혀져 연락이 두절되는 바람에 ‘방송사고’가 난 경우도 있다.

‘희망가요’는 27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4500회 특집 공개방송을 갖는다. 이 무대에는 가수 현철 남진 주현미 태진아 송대관 인순이 설운도 ‘빅마마’ ‘윤도현밴드’가 출연하며 방송은 9월 3일.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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