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사랑의 집짓기' 전령 영화배우 차인표

  • 입력 2003년 8월 3일 18시 57분


“지난해 여름 태풍 ‘루사’가 우리나라를 휩쓸고 갔을 때 강원 수해지역에 간 적이 있어요.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어버린 노인들이 가재도구 몇 개라도 건지려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어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돼야겠다고 결심했죠.”

배우 차인표씨(36.사진)가 ‘사랑의 집짓기’ 전령사가 된 이유다. 그는 6일 사랑의 집짓기 운동연합회(해비타트)가 강원 강릉시 구정면에서 여는 수해주민 집짓기 행사에 동참한다.

해비타트는 1976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출범한 무주택 서민의 주거문제 해결을 돕는 기독교 자원봉사단체. 한국에서도 1992년 공식기구로 발족해 매년 가난한 이웃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다.

차씨는 요즘 영화 ‘목포는 항구다’(12월 개봉 예정)에서 조직폭력배 두목 성기로 출연하느라 줄곧 전남 목포시에 머물고 있다. 가족과 몇 주째 헤어져 지낼 정도로 바쁜 일정이지만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하루 짬을 내기로 했다.

“건축 기술이 없으니 벽돌 나르기 등 힘으로 해결하는 단순노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집이 완성될 때까지 함께하고 싶은데 여유시간이 하루뿐이어서 미안한 마음이 많아요.”

차씨는 집이 ‘삶의 터전’이면서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작은 정성을 합하면 희망도 커진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1993년 MBC 22기 탤런트로 출발해 이듬해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일약 ‘별’이 됐다. 올해로 데뷔 10년을 맞은 그는 “그동안 배우로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가정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10년은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 주위를 돌아보고 더 밝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그를 주변에서 부르는 애칭은 ‘바른생활 배우’. 지난해 영화 ‘007 어나더데이’ 출연 제의를 받고도 남북분단의 현실을 왜곡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한창 인기를 얻고 있던 1994년, 떳떳하게 한국 국민으로 살겠다며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현역 군인으로 입대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수 유승준 입국 불허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반성할 일이지만 용서했으면 해요. 고위층 자제나 연예인들 중에 편법으로 병역을 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유독 유승준만 총알받이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관련법을 좀 더 구체화하고 발전적인 여론을 모았으면 합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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