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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5일 2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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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이번 합의를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손해를 보지 않는 ‘윈윈 게임’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이면을 보면 여야의 ‘담합’에 가깝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몫을 줄이겠다는 카드를 내세워 자기 당의 추천 몫을 현재 2명에서 3명으로 늘렸다. 특히 방송위의 정책 결정을 주도하는 상임위원 5명 중 2명을 새로 확보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는 한 명도 없었다. 민주당도 정부 여당 몫을 5명으로 유지하면서 상임위원은 현재의 2명에서 3명을 확보하게 됐다.
이에 따라 관심은 2월12일로 임기가 만료된 방송위원회가 얼마나 빨리 구성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특히 이날 KBS 사장에 임명된 정연주(鄭淵珠) 전 한겨레 논설주간의 임기가 서동구(徐東九) 전 사장의 잔여임기인 5월22일까지여서, 정 신임사장의 재신임 전까지 새 방송위를 구성해 5월10일로 임기가 끝나는 KBS 이사회를 새로 구성할 수 있는지 여부가 초점이다. 방송위는 KBS 이사를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는 권한을 갖고 있으며, KBS 이사회는 대통령에게 신임 사장을 임명제청한다.
정치권과 방송계에서는 △방송위가 두 달 동안 공전(空轉)된 데다 △현 KBS 이사회가 서동구 전 사장 파문으로 더 이상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정연주 사장의 재신임 전에 방송위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방송위 한 관계자는 “4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방송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뒤 정치권에서 곧바로 방송위원 추천 작업을 마친다면 5월 초에는 새로운 방송위를 구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난번 방송위원회를 구성할 때 위원추천을 둘러싸고 로비가 많아 난산을 겪었던 점을 상기시키며 5월 내 구성은 어렵다는 말도 하고 있다.
더욱이 이날 개정안을 놓고 방송학계 등에서는 방송위원들이 호선(互選)토록 정한 상임위원의 당별 추천 몫을 명문화함으로써 오히려 방송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약화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여야 타협의 산물로 방송위원 중 상임위원의 숫자가 오히려 비상임 위원보다 많아 ‘9인 합의체’ 성격의 방송위원회가 오히려 상임위원간의 ‘5인 합의체’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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