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치매에 걸린 어머니, 그래도 천사같은 어머니…

  • 입력 2003년 3월 13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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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녀가수 이효정씨(왼쪽)와 치매를 앓고 있는 친정어머니. 사진제공 KBS
효녀가수 이효정씨(왼쪽)와 치매를 앓고 있는 친정어머니. 사진제공 KBS
‘아내의 혼수는 치매에 걸린 친정어머니.’

효녀 가수로 소문난 이효정씨는 17년 전 남편 김홍곤씨(48·건축업)와 결혼할 때 혼수를 준비하지 못했다. 대신 치매에 걸린 친정어머니(84)를 모시고 시집왔다.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친정어머니 편하게 모시라”며 기꺼이 따로 살도록 해 주었다. 하지만 친정어머니는 날이 갈수록 난폭해지면서 툭하면 사위와 손자에게 주먹을 날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남편은 아내의 효성이 원망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오빠도 있고 언니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막내딸이 이런 세상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느냐며….

17∼21일 방송되는 KBS2 TV 다큐미니시리즈 ‘인간극장’(오후 8·50) 5부작 ‘어머니와 딸’은 지극 정성으로 퇴행성 치매환자인 어머니를 모시는 이씨의 ‘치매가 주는 고통만큼이나 아름다운’ 삶을 담았다.

이씨에게는 언니 하나와 오빠 넷이 있었다. 첫째와 둘째 오빠는 정신질환을 앓다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이후 심각한 치매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씨는 이런 어머니를 벗어날 수가 없다. 어머니가 다른 자식들은 곁에도 오지 못하게 하면서 난폭하게 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편은 아내 이씨의 효성을 ‘병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씨는 한 밤 중에도 몇 번씩이나 일어나 소란을 피우는 어머니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남편과 각방을 쓴 지가 15년째다. 어머니를 모시는 것만으로도 부족해 이씨는 복지회관의 ‘노인들을 위한 가요교실’에서 무료봉사도 한다.

‘천사처럼 고왔던 우리 어머니 여섯 남매 배곯을까 치마끈 졸라매고∼’란 체험적 가사로 심금을 울린 노래 ‘우리 어머니’로 알려진 경력 7년의 트로트 가수 이씨는 최근 신곡 ‘송두리째’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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