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코미디 영화가 어때서! ”…'코미디 영화상' 신설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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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코미디 영화 제작자와 감독, 작가, 배우들이 뽑은 제1회 ‘코미디 영화상’에서 최우수 코미디 영화로 꼽힌 ‘어바웃 어 보이’ 동아일보 자료사진
할리우드의 코미디 영화 제작자와 감독, 작가, 배우들이 뽑은 제1회 ‘코미디 영화상’에서 최우수 코미디 영화로 꼽힌 ‘어바웃 어 보이’ 동아일보 자료사진

아카데미상 등 각종 영화상이 ‘예술 영화’를 편애하는데 참다 못한 할리우드의 영화인들이 스스로 ‘코미디 영화상(Comedy Film Honors)’을 제정했다.

25일부터 미국 콜로라도즈 아스펜에서 열리고 있는 ‘제9회 코미디 예술 페스티벌(Comedy Arts Festival)’ 기간 중 올해 처음으로 코미디 영화상이 마련돼 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다음달 1일 시상식이 개최된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코미디 영화상은 ‘최우수 코미디 영화’ ‘최우수 코미디 독립영화’ ‘최우수 데뷔 코미디 감독상’ ‘관객상’ 등 4부문으로 구성되며 코미디 영화를 만든 감독, 시나리오 작가, 배우, 프로듀서 300명이 뽑는다.

코미디 영화상 제정에 주축이 된 영화인들은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매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등을 만든 피터와 바비 패럴리 형제,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의 배우 빌리 크리스탈과 코미디 영화에 주로 출연해 온 배우 스티브 마틴 등이다.

“몸에 좋은 약(좋은 영화)은 꼭 입에 써야만 하나(무겁고 진지해야만 하나), 달지만 몸에 좋은 약(코미디 영화)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이들은 근엄한 아카데미측이 코미디영화에 작품상을 주기는커녕 후보에조차 올리길 꺼려한다고 비난했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는 ‘시카고’ ‘갱스 오브 뉴욕’ ‘디 아워스’ ‘반지의 제왕-두개의 탑’‘피아니스트’. 이중 뮤지컬 영화인 ‘시카고’를 빼면 모두 진지한 영화다. 반면 지난해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상위 10위안에 든 영화 중 절반인 다섯편이 코미디 영화였다.

코미디 예술 페스티벌의 총감독인 스투 스마일리는 “코미디 영화는 영화사의 경제적으로 큰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작품성이나 창조적인 측면으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데이비드와 제리 주커 형제 감독이 만든 ‘에어플레인!(1980년)’이나 ‘애니멀 하우스(1978)’ 등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아까운 걸작”이라고 말했다.

패럴리감독은 “웃기는 연기는 진지한 연기 못지 않게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빌 머레이 같은 훌륭한 코미디 배우는 중요한 상을 한 차례도 수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상자 발표전까지 긴장을 자아내는 여느 시상식과 달리 코미디 상은 미리 수상자를 발표한다. 올해는 휴 그랜트가 주연한 따뜻한 코미디 ‘어바웃 어 보이’가 ‘최우수 영화상’을, 500만달러라는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최우수 코미디 독립 영화’와 ‘관객상’을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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