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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3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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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철이라는 대목을 맞은 배칠수는 “프로그램 제작진과 1시간만 노닥거리면 그날 방송할 아이템이 쏟아진다”고 말한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3월 인터넷 방송에서 선보인 ‘엽기 DJ’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현재 SBS 라디오 ‘김학도 배칠수의 와와쇼’(FM 103.5㎒·낮 12·20)를 진행하고 있다. 매일 정치계의 이슈들을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의 성대 모사를 통해 패러디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할 때는 즐겁기만 했는데, 정치에 관심을 갖고 시사적인 문제를 다루다 보니 겁도 나요. 내가 웃기자고 한 말이 해당 후보에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하면 조심스럽죠.”
한 때 크게 유행했던 정몽준 대표의 화법을 빗댄 허무개그 발원지도 그가 진행하는 ‘와와쇼’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그가 프로그램 도중 선보였던 개그 한가지.
-노:제가 대통령이 되면 행정수도를 대전으로 옮기겠습니다. 정 대표님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이사는 포장이사가 간편하고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단지 대본을 읽는데 그치지 않는다. 시청자를 웃기는 ‘결정타’는 대부분 그의 애드리브에서 나온다. ‘엽기 DJ’에서도 김대중 대통령의 욕설 등은 그의 즉흥적인 아이디어였다.
“최근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을 패러디해 ‘엽기 DJ 2탄’을 만들라는 제의를 숱하게 받았어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인터넷 방송 ‘레츠뮤직(www.letsmusic.com)’에 이번 사태를 풍자한 개그를 하기는 했지만 저번처럼 격앙된 어조는 아니었어요. 만들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지만, 상황을 너무 선정적으로 몰아가긴 싫어서요.”
27일 대선후보등록일 이후 라디오에서 선보였던 배칠수의 성대모사는 ‘개점휴업’상태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중단하자는 방송사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그는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 ‘3김 개그’로 정치풍자를 할 계획이다.
성대모사의 ‘노하우’를 물었다.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된 거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성대모사는 천부적인 재능없인 안되죠. 저도 몰라요. 제가 어떻게 사람들의 목소리를 그렇게 똑같이 흉내내는지.”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