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 ‘개그콘서트’ 최악의 프로그램 불명예

  • 입력 2002년 9월 12일 17시 31분


KBS2 ‘개그콘서트’의 ‘엽기적인 그녀’에서 여장 남자의 가슴을 만지고 있는 남자출연자들.

KBS2 ‘개그콘서트’의 ‘엽기적인 그녀’에서 여장 남자의 가슴을 만지고 있는 남자출연자들.

KBS2 ‘개그콘서트’가 ‘2002년 최악의 방송프로그램’으로 꼽혔다.

한국여성민우회(상임대표 김상희) 미디어운동본부는 12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3∼8월 방송 3사 프로그램을 모니터한 결과 ‘개그콘서트’가 최악의 프로그램으로, KBS1 ‘아침마당-부부탐구’,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2002 나쁜 방송 프로그램’으로 뽑혔다고 밝혔다.

‘개그콘서트’가 가장 지적받은 부분은 선정성. 이 프로그램에서는 여성의 가슴을 ‘에어백’ ‘젖소’에 비유하거나 판다의 눈으로 묘사된 남자 출연자의 젖꼭지를 여성이 반복해 누르면서 성적 농담이 오갔다.

‘바보 삼대’ 코너에서 극중 아들이 “여자의 치마를 벗겼다”고 하자 할아버지가 “그럼 치마 안에 있는 나는 들키잖아”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음담패설에 가까웠다. 여성민우회는 특히 ‘개그콘서트’가 가족시간대인 일요일 밤 8시 50분에 편성된 것도 큰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부부 갈등을 겪는 출연자들이 직접 나오는 ‘아침마당-부부탐구’는 여성의 일방적인 헌신을 강요하는 문제 해결 방식이 성차별 및 여성의 역할을 왜곡한다고 지적받았다. 외도한 남편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아내에게 “남편에게 더 정성을 기울이면 결국 해결된다”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라는 등의 답변을 주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는 일부 내용이 허구인데도 실제 사건처럼 꾸며 어린이 시청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민우회는 진단했다.

김상희 대표는 “프로그램 개선은 시청자의 최소한의 권리”라며 “모니터 결과를 토대로 프로그램이 개선될 때까지 ‘프로그램 안보기’ 캠페인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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