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집으로…」음성 주민들 어버이날 서울나들이

  • 입력 2002년 5월 8일 18시 13분


부랑인, 정신지체 장애인 등을 돌보는 사회복지시설로 유명한 충북 음성군 ‘꽃동네’(회장 오웅진 신부) 주민들에게 어버이날인 8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꽃동네 ‘주민’ 90명이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서울극장에서 외할머니와 손자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담은 영화 ‘집으로…’를 단체관람했기 때문. 꽃동네 주민 중 거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40대부터 60대의 주민들이 이날 극장을 찾았다.

마침 꽃동네 사람들이 극장을 찾은 이날 ‘집으로…’는 개봉 34일만에 전국 관객기준 300만명(서울 120만명)을 돌파했다.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단 꽃동네 주민들은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에 들뜬 모습이었다. 강모씨(59)는 “나는 꽃동네에서 소문난 영화 팬”이라며 “서울 나들이에 영화까지 보게 돼 아주 즐거운 하루”라고 말했다.

이들은 영화가 시작되자 말썽꾸러기 손자가 외할머니의 속을 태우는 장면에서 화를 냈다가 손자가 외할머니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대목에서는 눈시울을 적셨다. 한 주민은 “영화를 봤으니 이제 우리도 가족이 있는 ‘집(꽃동네)으로’ 가야 한다”고 말해 가슴을 찡하게 했다.

이들의 영화 관람은 ‘사랑을 나누는 영화 상영회’ 행사를 진행 중인 서울극장(대표 이경희·예명 고은아)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왕년의 인기배우였던 고은아씨는 “이번 초청이 소외된 분들을 극장에 자주 모시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꽃동네에서 열린 어버이날 행사 때문에 서울에 오지 못한 오 신부는 “영화 제작사 등의 도움으로 꽃동네에 남아 있는 나머지 2000여명의 가족에게도 문화 혜택이 주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꽃동네에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주민들이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각종 시설이 마련돼 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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