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워치]교양프로도 시청률 의식하나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48분


흥미로운 과거 사건을 재현하는 MBC ‘타임머신’이 선정적 소재를 남발하는 등 무리수를 빚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시사교양물로 분류되고 있으나 최근의 잇따른 선정적 소재로 말미암아 “교양프로도 시청률 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내부 지적도 받고 있다.

‘타임머신’의 기획취지는 세대공감과 가족 프로그램. 그러나 최근 한달간 소개된 아이템은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14일 방영된 ‘타임머신’은 1960년 한 여성이 제기한 ‘혼인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사건을 소개하면서, 판사가 남편의 성불구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직업 여성과 관계를 맺도록 시험한 사건을 재현했다. (해당 판사는 나중에 이 문제가 돼 사직했다.)

이 과정에서 계속 관계를 맺는데 실패한 신부가 성적 욕구를 참기 위해 대바늘로 허벅지를 찔러 피가 나는 장면이 방송됐다. 대사도 “만리장성을 쌓았다” “우리 아들이 씨없는 수박이란 말이냐” “지나가는 처녀만 봐도 쌍코피를 흘릴 정도였다”는 등으로 자극적이었다.

‘타임머신’은 또 7일 미국에서 십수년간 여성호르몬 주사를 맞은 한 성도착증 남성이 아이에게 부유(父乳)를 먹인 80년의 해외 토픽을 전하면서 가짜 유방을 달고 나온 외국인 출연자가 상체를 드러낸채 젖을 물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밖에 1954년 해외 경기를 마치고 귀국한 한 축구선수가 가방 가득 고무컵 브래지어를 갖고 들어온 사건(21일), 1978년 남편의 바람기를 의심한 한 여성이 남편 직장의 여직원을 산부인과로 끌고가 처녀성 검사를 받게 한 사건(7일) 등 선정적 소재가 멈추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음담 패설을 지상파에서 다뤄도 되는가” “부모와 함께 보다 낯뜨거워졌다”며 항의 메일을 보내고 있다.

이종현 책임PD는 “교양프로는 무조건 유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나 다소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며 “당분간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재를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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