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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28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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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이 다음달부터 정규 방송시간이 아닌 오후 시간에 낮방송을 하겠다고 밝혔고, MBC SBS도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위원회는 방송협회의 요청에 따라 현재 낮방송 허용 문제를 논의 중이다.
물론 국가적 행사인 월드컵을 앞두고 방송사들이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나름대로 기여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방송 제작 능력으로 볼 때 월드컵과 전혀 상관없는 프로그램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KBS1의 다음달 낮방송 편성안을 보면 새 프로그램보다 재방송이 훨씬 많다. 이러한 방식의 방송 연장은 결국 전파 낭비다.
월드컵을 전후해 한시적으로 방송시간을 연장한다고 하지만 이를 시작으로 낮방송이 고착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월드컵 후에는 부산아시아경기대회가 있고 이어 대통령선거가 기다리고 있어 한번 문을 연 낮방송을 중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필요할 때마다 하는 임시방송이 아니라 이처럼 장기간 낮방송이 계속해 이뤄진다면 방송 3사가 독과점하고 있는 방송시장의 불균형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군소 방송이나 케이블방송, 갓 태어난 위성방송 등 뉴미디어업계의 광고수익은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케이블이나 위성방송과 달리 지상파방송은 국민의 생활 패턴과 깊이 연결돼 있다. 방송위나 방송사는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제기된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방송사들은 프로그램의 질을 개선하고 이를 위한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수준 낮은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질책을 받고 있는 마당에 내실 없이 욕심만 앞서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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