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KBS1 낮방송 강행 논란

  • 입력 2002년 3월 27일 18시 04분


KBS 1TV가 월드컵을 앞두고 4월1일부터 오후와 새벽 시간대에 방송 시간을 연장키로 한데 이어 MBC와 SBS도 이를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언론학자들은 이에 대해 월드컵을 핑계삼아 영향력과 광고 수입 확대를 제고하기 위한 방송사의 상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방송법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시간은 오전 6시∼낮 12시, 오후 4시∼새벽 1시이나 KBS는 낮 12시∼오후 4시, 새벽 1시∼2시까지 모두 다섯시간 동안 방송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KBS는 이미 발표한 봄 개편안에 오후 시간대에 ‘여기는 TV 정보 센터’ 등 두 편의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하고 나머지는 재방 프로를 배치할 계획이다.

KBS는 이를 공식화하기 위해 방송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방송 시간 연장이 공론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당하자 월드컵 기간 임시 편성 형식으로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낮 방송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KBS는 27일 이에 대해 “1TV는 광고를 하지 않는데다 공영방송으로서 국가 중요 행사를 위해 방송 시간을 연장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측은 “월드컵 때 한시적 낮 방송은 불가피하더라도 정규 방송 시간 연장은 타 매체와의 균형, 시청자들의 생활 패턴 등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받은 뒤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위는 관련 공청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지상파 방송 시간의 연장이 ‘뜨거운 감자’인 것은 KBS 등 지상파 3사가 독과점하고 있는 국내 방송 시장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상파 3사가 낮 방송을 하게 되면 갓 출범한 위성방송이나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케이블 TV와의 격차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또 현재 지상파에서도 ‘수준 미달’의 프로그램이 적지 않은데도 이를 더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신방과 김우룡교수는 “평소 낮 방송에 관심없는 방송사들이 최근 경기가 살아나고 월드컵 특수가 기대되는 시점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얄팍한 상혼에 지나지 않는다”며 “방송사들은 낮 방송 문제를 거론하기 전에 먼저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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