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송법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시간은 오전 6시∼낮 12시, 오후 4시∼새벽 1시이나 KBS는 낮 12시∼오후 4시, 새벽 1시∼2시까지 모두 다섯시간 동안 방송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KBS는 이미 발표한 봄 개편안에 오후 시간대에 ‘여기는 TV 정보 센터’ 등 두 편의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하고 나머지는 재방 프로를 배치할 계획이다.
KBS는 이를 공식화하기 위해 방송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방송 시간 연장이 공론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당하자 월드컵 기간 임시 편성 형식으로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낮 방송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KBS는 27일 이에 대해 “1TV는 광고를 하지 않는데다 공영방송으로서 국가 중요 행사를 위해 방송 시간을 연장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측은 “월드컵 때 한시적 낮 방송은 불가피하더라도 정규 방송 시간 연장은 타 매체와의 균형, 시청자들의 생활 패턴 등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받은 뒤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위는 관련 공청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지상파 방송 시간의 연장이 ‘뜨거운 감자’인 것은 KBS 등 지상파 3사가 독과점하고 있는 국내 방송 시장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상파 3사가 낮 방송을 하게 되면 갓 출범한 위성방송이나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케이블 TV와의 격차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또 현재 지상파에서도 ‘수준 미달’의 프로그램이 적지 않은데도 이를 더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신방과 김우룡교수는 “평소 낮 방송에 관심없는 방송사들이 최근 경기가 살아나고 월드컵 특수가 기대되는 시점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얄팍한 상혼에 지나지 않는다”며 “방송사들은 낮 방송 문제를 거론하기 전에 먼저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