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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1월 22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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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보다 낫다 '아메리칸 파이2'

‘아메리칸 파이2’는 흥행 성적에서 전편인 ‘아메리칸 파이’를 압도했다. 미국에서 8월 개봉때 3주간 1위를 지켰던 ‘아메리칸 파이2’는 ‘러시아워2’ ‘오스틴 파워2’에 이어 미 코미디영화 사상 세 번째로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영화. 미국에서는 “같은 파이이지만 첫 번째 ‘조각’보다는 크고 맛도 좋다”고 평가받았다.
1편에서 ‘총각 딱지’를 떼려고 발버둥쳤던 5명의 고교 친구들이 이젠 대학생이 되어 ‘추억 사냥’에 나선다.
하지만 이들은 레즈비언의 장난에 서로의 엉덩이를 더듬고, 초강력 접착제를 ‘러브 젤’로 착각해 손에 묻혀 은밀한 부위를 비비다가 응급실 신세를 진다. 이들은 고교 축제 때 만났던 옛 연인 등을 찾게 되면서 좌충우돌의 ‘성 행각’을 끝낸다. 결국 1편의 천둥벌거숭이들이 ‘남자’로 거듭나는 통과의례 같은 영화.
◎형만한 아우 없다 '무서운 영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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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물인 ‘무서운 영화2’는 7월 미국에서 개봉될 때 흥행 2위를 기록했다. 전편 ‘무서운 영화’가 개봉 2주만에 1억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대박’을 터트렸던 것에는 다소 못미치나 흥행은 성공한 셈.
유령의 정체를 밝혀 유명해지려는 한 교수에 속아 학생들은 어린 소녀가 귀신들려 죽었다는 ‘악령의 집’에서 주말을 보내게 된다. 학생들은 유령과 사투를 벌인 끝에 간신히 탈출한다는 것이 줄거리.
‘13일의 금요일’ ‘스크림’ 등 10대를 겨냥한 공포물을 주로 패러디했던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엑소시스트’ ‘미녀삼총사’ ‘미션 임파서블2’ ‘한니발’ 등 여러 영화의 낯익은 장면이 등장해 웃음을 자아낸다.
충고 한 마디. ‘무서운 영화2’에서는 마주 보고 서로 상대의 얼굴에 구토를 하거나 과장된 방귀와 소변를 이용한 웃음이 넘치므로 식사 직후에 보면 괴로울 수도!
◎ 미국적인, 너무나 미국적인!
두 영화는 ‘미국적 유머’가 가득하다. 패러디 영화는 아는 만큼 더 웃을 수 있는 게 특징. 그래서 한국 관객들이 ‘무서운 영화2’를 보고 미국인만큼 웃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정액이 묻어 있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의 유명한 ‘갭 드레스’나, 제2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이 흑인 여자 노예와 사이에서 사생아를 낳았었다는 스캔들을 모르면 웃기 어려운 장면들도 나온다.
한국어 자막으로 옮기기 어려운 영어만의 ‘묘미’를 활용한 유머도 등장한다. ‘가슴’과 ‘상자’라는 뜻이 모두 있는 ‘체스트(Chest)’라는 단어를 이용한 성적 농담 같은 것이 그 예. 또 기형적인 손을 가진 집사와 다리를 못쓰는 장애인 조교가 ‘손’과 ‘다리’와 관련된숙어를 이용해 입씨름을 벌이는 장면도 번역상 한계가 있다.
‘아메리칸 파이2’는 성에 대한 미국 특유의 개방 정서를 깔고 있다.
주인공 아버지가 ‘거사’를 앞 둔 아들에게 “긴장하면 물건이 말을 안듣는다”며 자상하게 ‘충고’를 해주는 대목도 우리 정서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
▼누가 더 웃길까 결국 번역이 관건?
국내 흥행은 누가 앞설까. 미국에서는‘아메리칸 파이2’가 ‘무서운 영화2’를 압도했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 지나치게 미국적인 유머가 어떻게 통할 지 미지수.
‘아메리칸 파이2’의 수입사인 UIP코리아측은 “1편의 주인공들이 성장해 이야기를 이어가므로 전편과 연결이 잘 안되는 ‘무서운 영화2’를 누를 것으로 본다”고 했다. ‘무서운 영화2’의 홍보대행사인 ‘젊은 기획’측은 “‘아메리칸 파이 2’보다 더 미국 젊은층의 21세기형 웃음 코드를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코미디”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강수진·이승헌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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