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차스키 차스키 "어른들 세상 알고보니 고민 많네요"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40분


여덟 살배기 맹랑한 꼬마 차스키(사무엘 하우스)가 있다.

그의 관심사는 이렇다. 동갑내기 여자 친구 마리아(이사 엥스트룀)의 마음 사로잡기, 록밴드 보컬로 혼자 사는 엄마 티나(알렉산드라 라파포르)의 연애에 끼여들기, 티나를 사랑하지만 연적 때문에 자주 상처받는 경찰 욜란(야곱 에릭손) 위로하기.

스웨덴 영화 ‘차스키 차스키’는 어른들의 세상을 경험하면서 ‘마음의 키’도 훌쩍 크는 아이의 내면을 담았다.

초반에는 엄마의 애인을 둘러싼 갈등과 차스키의 사랑만들기 등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여기까지라면 상투적이지만 이 영화의 진가는 차스키의 출생에 얽힌 비화가 노출되면서 시작된다.

차스키는 한번도 아빠를 본 적이 없다. 검은 머리에 탄탄한 체격의 아빠(예오이 나카스)가 문어를 잡고 씩 웃고 있는 사진이 그가 아는 아버지의 모든 것이다.

엄마는 아빠와의 만남을 꿈꾸는 차스키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한다. “그리스 해변에서 네 아빠를 만나 함께 수영했지. 그날 밤 네가 생겼고, 그 뒤로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어. 아빠는 네가 있다는 것조차 몰라.”

영화는 자유분방하고 솔직하다. 여기에 여성감독 엘라 렘하겐은 아역 배우가 주인공인 다른 영화와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차스키에게 큰 ‘선물’을 줬다. 그것은 동심의 세계외에도 어른과 고민을 나누는 성숙함이라는 선물을 줬다.

아빠를 만나러 그리스에 온 차스키를 기다리는 것은 사진 속의 멋진 아빠가 아니라 부랑자같은 아빠였다. 엄마 티나는 애써 현실을 외면하려 하지만 차스키는 의연하게 아빠와의 만남을 준비한다.

지중해의 코발트 빛 해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차스키와 아빠의 잠수 여행, 나중에 엄마를 통해 차스키의 존재를 알게 된 아빠와 아들간의 따뜻한 미소가 여운으로 남는다. 5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아역 배우 사무엘 하우스의 연기같지 않은 연기가 인상적이다. 12세 이상 관람 가. 10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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