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암기' 개그'로 뜨는<개그콘서트>중고 신인 강성범

  • 입력 2001년 4월 19일 18시 03분


"자, 그럼 제가 설명할테니 한번 들어보세요. 대화, 주엽, 정발산, 마두, 백석…."

최근 KBS2 <개그 콘서트>에는 이상한 재주를 가진 새 식구가 등장했다. 순박해 보이는 얼굴만 봐서는 전혀 개그맨답지 않은 그는 등장할 때마다 지하철 노선을 마치 친구 이름 부르듯 막힘없이 줄줄 외운다.

4월초부터 '수다맨'과 '버전개그'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강성범(28).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개그콘서트>가 다시 인기 회복세를 보이면서 전격적으로 영입한 '젊은 피'다.

그가 펼치는 개그의 핵심은 '장소팔-고춘자'의 만담을 연상케 하는 빠른 말투와 상상을 초월하는 암기력. '수다맨'에서 그는 매주 수도권의 전철 1개 노선에 있는 모든 역의 이름을 막힘없이 외우는 재주를 보여주고 있다. 일반 사람들은 전철 안의 노선표를 봐도 헷갈리기 쉽건만, 그는 느긋한 표정으로 역이름을 외어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단순히 암기력만 내세우는 것도 아니다. '봉숭아 학당'에서는 연변에서 유학온 학생으로 능청스런 연기를 펼친다.

매끄러운 연기와 능청스런 넉살, 기관총 같은 수다 등 다양한 재주를 가진 강성범은 엄밀히 따지면 '중고 신인'이다. 중앙대 연극과 연출전공인 그는 96년 SBS 개그맨 공채 5기로 코미디에 입문했다. 햇수로 따져 6년차의 만만치 않은 경력이다. 지금은 <개그콘서트>의 간판이 된 심현섭과 김준호가 그의 개그맨 공채 동기이다.

2년여의 무명생활을 거쳐 그가 처음으로 고정 코너에 출연한 것은 98년 SBS <이주일쇼> . 김의환과 콤비를 이뤄 전설의 만담콤비 '장소팔-고춘자'의 연기를 새롭게 꾸민 '허튼 소리'란 코너를 맡았다.

<개그콘서트>에서 보여준 정신없는 수다 연기는 이때 갈고 닦은 것이다. 그러나 <이주일쇼>가 시청률 저조로 문을 닫으면서, 그의 고정 코너는 단명을 했고 이후 군입대를 택했다.

"군에 있는 동안 현섭형과 준호가 방송에서 빛을 보더라구요. 반갑고 흐뭇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제 처지가 답답하기도 했어요."

올 1월 제대후 이렇다할 방송 출연기회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그를 공채 동기 심현섭과 김준호가 <개그콘서트> 제작진에 추천해 출연하게 됐다. 묘하게도 제대후 그의 첫 고정코너인 '수다맨'은 예전에 친구인 심현섭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코너. 그는 어렵게 잡은 출연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주일쇼>에서 선보였던 '암기 개그'를 도입했다.

"방송에 나오기 2주 전부터 외울 아이템을 선정해 자나 깨나 눈만 뜨면 외웠어요. 현재 지하철 4호선까지 역이름을 외웠는데요, 7호선까지 다우고 나면 다음에는 환승역을 중심으로 암기의 난이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그의 '암기 개그'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 지하철 노선이 끝나면 무얼 외우겠냐는 질문에 "방송사 봄 개편이면 개편 프로그램 안내, 한국의 전통요리 메뉴 소개, 전국 국립공원의 유명한 관광명소 등 외우려고 마음먹으면 못 외울 게 없죠."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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