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마르시아스 심의 스타탐구-정혜선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39분


누가 내게 세상에서 가장 고혹적인 여인의 이름을 말하라면 나는 정혜선이라 대답하겠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묻는다면 역시 나는 정혜선이라는 여인이라고 말하겠다.

오래전의 일이다. 해병대 신병 시절 나는 신상 설문지에 있는 ‘존경하는 인물’란에 ‘정혜선’이라 적은 적이 있었다. 정혜선이라는 여배우를 존경한다는 나의 진정에 대해 고참 해병들은 나를 아주 웃기는 놈으로 여기면서, 감히 농담을 한다는 이유로 무엇 패듯이 팼다.

해병대식으로 개맞듯이 맞으면서도 나는 내 의견이 잘못됐다고 생각치 않았다. 매에 못이겨 ‘정혜선’ 대신에 ‘이순신’이라고 고쳐 쓰기는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이순신’보다는 ‘정혜선’이라는 인물을 존경한다.

우선은 나라는 존재는 남자며 현재인이다.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이순신이라는 중세의 군인보다는 TV를 켜기만하면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정혜선이라는 고혹적인 여인을 나는 존경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나는, 나를 개패듯이 패던 고참 해병들에게 나의 변치 않는 존경심은 여전히 정혜선이라는 여배우를 향하고 있음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 아름다운 여인을 존경한다는 사실은 남자로써의 당연한 권리이며 또한 의무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미(美)의 척도가 조금씩 다른 건 사실이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용모와 품성을 미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은 현실적이며 타성적이다. 또한 여성미의 지향점은 이지적인 미와 관능적인 미의 조화에 있다.

내가 정혜선이라는 여배우를 고혹적이라 여기는 까닭은 이와 같은 조화가 인공이 가하지기 이전에 이미 그녀의 본능에서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혜선이라는 여배우는 현재 KBS2 TV 주말 드라마 <푸른 안개>에 출연 중이다. 나는 이 드라마를 녹화해 두었다가 한꺼번에 그녀를 본다. 드라마의 내용보다는 내가 존경하는 여인의 모습을 경배하듯이 존경스런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진정에 궁금증이 있는 이들은 다시 한 번 정직하게 자신의 존경심에 대해 점검 해보기를 권한다.

미라고 부르는 가치는 보편성의 기반 위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만인이 합의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다. 또한 현재라는 시대는 안방 한 가운데 저마다의 미의 대상을 불러들이고 저마다의 판단에 자족한다.

나는 내 방에 앉아 나만의 여신을 바라보며 평안의 경지에 이른다. 그녀의 눈빛과 목덜미의 주름살까지, 금속성의 음성과 매몰찬 몸짓까지, 때론 구중궁궐의 대왕대비에서 시골 여염집 늙은 아낙네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그녀는 조화로운 미의 본질을 보여준다. 어떤 경우든 그녀는 내 관능을 고양시키며, 나로하여금 여전히 자신을 존경하는 인물로 흠모하도록 장악하고 있다.

신이여! 정혜선의 여성미를 보호하소서!

마르시아스 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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