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초반 기세 높은<호텔리어>.배용준의 활약에 큰 기대

  • 입력 2001년 4월 6일 17시 40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있었다."

호화 캐스팅으로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MBC 수목 드라마 <호텔리어>가 지난 4일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첫 주 시청률은 3일 20.6%, 4일 20.3%(TNS 미디어코리아 집계). 같은 시간대 경쟁 드라마인 SBS <아름다운 날들>에 2% 이내로 바짝 따라붙었다.

초반 순조로운 출발을 한 <호텔리어>가 가장 내세우는 매력 포인트는 화려한 캐스팅이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이후 2년여동안 드라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배용준의 활약은 초반 시청률을 가늠할 중요한 변수이다.

극중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세련된 매너를 갖고 있으면서 일에 대해서는 철저한 M&A 전문가 신동혁. 엘리트적인 깔끔함과 고독한 사나이의 매력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배용준이 자주 연기했던,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성격의 인물이다.

비슷한 이미지를 지녔던 차인표가 코믹한 캐릭터로 연기 변화를 시도했던 것과는 달리 배용준은 2년간의 공백 후에도 과거의 익숙한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시청자의 반응은 비교적 우호적이다. 그의 드라마 복귀를 반기는 사람들이 많고 극중에서 단정하고 빈틈이 없는 신동혁에 대해서도 "멋있다. 매력적이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그가 송윤아 송혜교 등 다른 연기자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연기를 할 때 너무 많은 생각을 해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딱딱하다"는 비판도 들었던 그가 복귀작에서는 얼마나 유연한 연기를 펼칠지 지켜보는 것도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중 하나이다. <가을동화> 이후 이미지 변신을 노리는 송혜교나 오랜만에 MBC에 복귀한 송윤아의 연기도 배용준 못지 않은 관심을 끌고 있다.

출연진 못지않게 <호텔리어>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장용우 PD의 연출력이다. <사춘기> <복수혈전> <왕초> <나쁜 친구들> 등의 드라마를 연출했던 장 PD의 강점은 아기자기한 트렌디풍 드라마와 선 굵은 남성적인 드라마 모두 능하다는 점. <사춘기>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의 속내를 솔직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고, <왕초>에서는 근대사의 복잡한 정치상황을 풍부한 조역진을 활용해 적절한 익살로 잘 그려냈다.

힘줄 때 힘주고, 웃길 때 웃길 줄 아는 장용우 PD는 다양한 성격의 조연들을 드라마에 잘 활용하는 연출자로 정평이 나 있다. 저마다 개성도 강하고 연기 스타일도 가지각색인 연기자들을 아울러 시청자들이 드라마에서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를 다양하게 만들어낸다. <호텔리어>에서도 허준호 최화정 명계남 윤여정 등 탄탄한 조역진을 포진시켜 주연진을 뒷받침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드라마에 지나치게 다양한 인물 배치를 선호하다 보니 <나쁜 친구들>처럼 가끔 드라마 전개의 우선 순위가 뒤죽박죽이 돼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줄 때도 있다. <호텔리어>의 시청자 게시판에도 "재미있다"는 칭찬들 속에 가끔 "산만하다"는 지적이 등장하고 있다.

<호텔리아>가 초반부터 바짝 기세를 올리자 가장 긴장하는 쪽은 SBS. 소재나 출연진에서 난형난제인 <아름다운 날>이 방송을 먼저 시작했음에도 '우선 출발'의 프리미엄이 크지 않았던 것.

<아름다운 날들>은 다음 주부터 최지우와 이병헌, 류시원의 갈등을 본격적으로 펼쳐 애써 확보한 우위를 놓치지 않을 준비를 하고 있다.

소문에 걸맞게 만만치 않은 실체를 드러낸 <호텔리어>. 그리고 선발주자의 이점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아름다운 날들>. 두 드라마의 치열한 경쟁이 수목 밤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