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블랙&화이트

  • 입력 2001년 4월 4일 16시 40분


많은 게이머들이 오랜 기간동안 손꼽아 기다렸던 <블랙&화이트>가 출시됐다. <블랙&화이트>는 게이머가 신이 되어 적을 물리치는 게임으로 게임계의 거장 '피터 몰리뉴'의 작품이다.

<블랙&화이트>에서 게이머는 자유롭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게이머가 악하게 게임을 설정하면 박진감 넘치는 액션게임이 되며 선하게 설정하면 더 없이 아름다운 시뮬레이션 게임이 된다. 타이틀 명이 <블랙(악)&화이트(선)>로 지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게임이 시작되면 게이머는 꿈의 동산을 관리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부여받게 된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게이머는 자신의 의지대로 영토를 다스릴 수 있다. 하지만 영토를 다스리는게 만만치 않다. 기본적인 게임진행방식이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땅따먹기식 영토확장이어서 번번히 적의 침략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게이머는 일정 지역을 확보한 후 애완동물을 자신의 군대로 만들면서 꾸준히 군대를 양성하고 힘을 길려야만 한다.

게임의 배경은 성경에 등장하는 에덴동산보다 더 아름다운 공간이다. 또 세련된 색감은 물론이고 반투명 효과와 파티클 시스템, 버프 매핑 같은 특수효과를 통해 게임의 분위기를 보다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독립적으로 사용된 광원효과들도 환상적이다.

<블랙&화이트>에 등장하는 동물은 이 게임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게이머가 호랑이, 사자, 소 등 14가지 동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선택된 동물은 인공지능이 있어 훈련 정도에 따라 제 멋대로 행동하기도 하고 명령을 잘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 선택된 동물은 성격 및 체형까지도 변한다. 예를 들어 마을 주민들을 돕고 온순하게 기른다면 정의로운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고 반대로 포악하게 기른다면 흉측한 폭력의 상징처럼 행동한다. 변하는 것은 동물뿐만이 아니다. 마우스로 대변되는 게이머의 '손' 모습 역시 선악 여부에 따라 차이가 생기고 신전과 주변 세계도 마찬가지다.

<블랙&화이트>는 뛰어난 인공지능을 지닌 게임이다. 모든 마을 주민들과 동물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각기 다른 행동방식을 택한다. 예를 들면 돌던지기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돌을 불로 뜨겁게 달궈 상대 동물을 곤경에 빠트리기도 한다. 마치 지능을 지닌 생물처럼 말이다.

<블랙&화이트>는 싱글플레이뿐만 아니라 멀티플레이도 지원한다. 싱글플레이에서 키운 애완동물을 이용해 멀티플레이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때 동물이 경험하게 되는 것은 영원히 남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동물이 얻은 경험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싸움을 통해 얻은 심한 상처는 흉터로 남아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게임을 통해 당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해 주며 더 나아가 당신이 되고싶은 대상을 발견하게 만들어 준다"는 피터 몰리뉴의 말처럼 <블랙&화이트>는 사람의 심리를 최대한 이용한 역작 중에 역작이다.

최승진<동아닷컴 객원기자> jumping7@nownuri.ne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