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최민수 한 주 4개 토크쇼 출연, 뮤지컬 노골적 홍보

  • 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39분


지난주 TV 방송 프로그램에 가장 얼굴을 많이 내보인 사람은 누굴까. 고정 진행자를 제외한다면 공중파 3개 채널이 동시 생방송한 <국민과의 대화>의 김대중 대통령이 첫번째였을 것이다. 하지만 단일 채널로 본다면 단연 영화배우 최민수였다.

뮤지컬 <스팅>에 출연하는 최민수는 지난주 KBS2 채널의 3개 토크쇼에 잇달아 출연했다. 화요일 <서세원쇼>(2월27일), 목요일 <행복채널>(3월1일), 토요일 <이소라의 프로포즈>(3월4일)가 바로 최민수가 출연했던 프로그램들이다. 수요일 방영된 SBS <이홍렬쇼>(2월28일)까지 합치면 일주일 사이에 무려 4일간 프로그램만 바꿔가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 셈이다.

뮤지컬 출연을 위해 콧수염을 기른 그의 모습은 처음 볼 때는 이색적이었지만 방송에 반복 출연하면서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방송에서 다룬 내용도 대부분 뮤지컬에 대한 홍보로 일관했다.

심지어 ‘뮤지컬인만큼 직접 춤을 추느냐’는 질문에 “저는 영혼이 춤을 추는 사람이니까 따로 춤을 출 필요가 없습니다”는 식의 대답마저도 천편일률적이었다. 이 때문에 이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최민수 출연분을 재방송하는 건가’하고 고개를 갸우뚱해야 했다.

최민수로선 자신이 출연하는 뮤지컬의 홍보를 위해 좋은 기회였을 수도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온갖 토크쇼에서 ‘최민수 시리즈’를 낳은 화제의 인물을 직접 스튜디오에 불러놓고 대담을 나눈다는 매력을 뿌리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토크쇼에선 ‘최민수’란 사람은 없고 ‘스팅’이란 상품만 있었다.

노골적인 뮤지컬 홍보로 일관됐을 뿐 인간 최민수에 대한 고찰은 수박겉핥기 식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아이러니컬 한 점은 최민수 자신이 연기자의 길을 ‘스타→배우→연기자’로 규정하면서 자신이 이제 상품적 가치를 중시하는 스타에서 혼을 연기하는 ‘연기자’를 자처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 토크쇼 문화가 그의 혼이 신명나게 놀 무대를 마련해주지 못한다는 말일까. 아니면 그가 말로만 그렇지 여전히 자신의 스타적 상품가치에 대한 나르시즘에 빠진채 토크쇼를 이용하고 있는 것일까.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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