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TV는 사랑을 싣고', 삼풍백화점 사고때 119대원 찾아

  • 입력 2001년 3월 1일 18시 22분


우르르 꽝.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전기가 나갔다. 1400여명의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채 깨닫기도 전에 깜깜한 어둠 속에 갇혔다.

1995년 6월 29일,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같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그 아귀비환의 현장에서 40시간만에 24명이 한꺼번에 구조됐다. 지하 3층에 매몰돼 있던 백화점의 남녀 환경미화원들.

그후 6년. 사람들의 기억에서 까마득하게 잊혀졌던 이들이 TV카메라 앞에 섰다. 5일 방영될 KBS2 ‘TV는 사랑을 싣고’(오전 11시)를 통해 이들은 생명의 은인인 119 구조대원 8명을 찾아나선 것. 구출됐을 때는 경황이 없어 감사의 인사조차 변변히 하지 못했다. 당시 구조대원은 서울 시내 각 소방서에서 정예요원으로 차출됐기 때문에 이름도, 소속서도 몰라 연락할 길을 찾지 못한 채 지금까지 시간이 흘렀다.

‘TV는 사랑을 싣고’는 붕괴위험이 큰 매몰장소에 목숨을 걸고 들어와 구조활동을 편 왜소한 체격의 구조대원(강서소방서 정경일씨), 김금순(61)씨를 구해낸 또 다른 대원(동대문소방서 김욱씨)을 찾았다.

8명의 구조대원 중 화재진압 도중 중상을 입어 병원에 있는 정경일씨를 빼고는 모두 출연, 생존자와 감격어린 ‘만남’을 갖는다.

김금순씨는 구조대원이 던진 ‘한 마디’를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아주머니, 살아나가시면 살 좀 빼세요”.

살이 찐 편인 김씨는 가슴이 구멍에 걸리는 바람에 빠져나오지 못하자 결국 구조대원이 김씨의 옷을 벗기고 몸에 식용유를 발라 겨우 구조될 수 있었던 것. 이후 김씨는 5㎏을 뺐다.

구조대원과는 연락이 끊겼지만 구조된 미화원들은 그후 ‘천운으로 살아난 사람들의 모임’을 구성, 매달 한 차례씩 모여왔다.

생면부지의 구조대원에 대한 고마움을 갚기 위해 이들은 작은 정성을 모아 어려운 환경의 고교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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