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EBS 다큐<개미>,흥미진진한 개미왕국의 모든 것

  • 입력 2001년 2월 27일 19시 03분


몸 길이가 1㎝나 될까말까 한 ‘미물’ 개미는 여러모로 인간과 닮았다.

고도의 사회생활을 한다는 점 만이 아니다. 개미는 인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일하게 ‘나무를 심는’ 존재이며, 인간처럼 ‘대량학살’을 서슴치 않는 잔인성을 지닌 동물이기도 하다.

‘땅 위의 세계’가 인간의 것이라면 ‘땅 속의 세계’는 바로 그 들, 개미천하다. EBS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흥미진진한 지하왕국의 건설자, 개미를 2부작으로 다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재미있게 읽었던 독자라면 권할 만한 다큐다.

평생 곱게 떠받들여져 살아온 ‘공주개미’들이 혼인비행 후 낯선 땅에 떨어져 알을 낳을 곳을 마련하기 위해 난생 처음 ‘노동’을 하는 모습, 일일이 자신이 낳은 알에서 일개미를 꺼내 새 왕국을 건설해 가는 과정, 더 이상 알을 낳을 수 없게 된 늙은 여왕 개미를 잔인하게 끌어내 버리는 매정한 ‘자식들’….

28일 방영되는 1부 ‘개미를 위한 8가지 삽화’에서는 개미의 탄생과 성장, 전쟁,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생의 모든 과정을 8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살펴봤다.

특히 제작진은 보기 어려운 개미의 ‘혼인비행’ 모습을 경기도 남양주에서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했다. 개미왕국의 개미들이 혼인비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기 위해 걸리는 기간은 약 5년. 공주개미가 혼인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는 확률은 500분의 1에 불과하다.

제작진은 개미의 일대기를 흡사 드라마와 같이 빠른 전개로 보여주어 긴박감을 높였다. 박진감 넘치는 배경 음악은 MBC 드라마 <허준>의 배경 음악을 작곡한 임세현씨의 작품.

다음달 7일 방영되는 2편 ‘개미에 관한 궁금중’에서는 생식을 포기한 일개미, 인간과 더불어 아파트에 살면서 혼인비행을 포기한 애집개미 등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작업 끝에 개미의 일대기를 담아낸 문동현 PD는 “인간과 닮은 점이 있으면서도 독특한 행동양식을 보이는 개미에 끌려 다큐를 만들게 됐다”며 “막상 촬영을 하려니 개미가 너무 작아 서울 청계천에서 특수 렌즈를 사다가 직접 깎아 촬영해야 했다”고 말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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