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노주현의 코믹연기 성공할까

  • 입력 2000년 12월 13일 19시 23분


“노주현이 아닌 노주팔의 연기를 기대해주십시오.”

SBS ‘순풍산부인과’의 후속으로 18일부터 방영될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밤 9시15분)에서 노주현(54)은 ‘뇌관’과 같은 존재다. 그가 ‘중후’ 그 자체였던 자신의 이미지를 얼마나 깨뜨리냐에 이 프로그램의 성패가 달렸기 때문이다.

‘웬만해선…’에서 그가 맡은 역은 ‘순풍…’에서 오지명과 박영규의 역할을 합쳐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비중이 크다. 소방파출소의 만년 소장역을 맡은 그는 자신이 가장인 대가족과 소방대로 대별되는 극중 양대 공간의 중심축이라는 점에서 ‘순풍…’의 오지명과 같은 존재다. 또 한편으론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해야한다는 점에선 박영규 몫까지 떠맡아야한다. 그는 소방대원이면서 불을 무서워하는가 하면 진급시험에 번번이 미끄러져 승진은 꿈도 못꾸면서도 식사 때는 1등으로 배식대를 지키는 인물로 등장한다.

“언제나 상류층의 중후하고 멋있는 역할만 하다보니 시청자들과 거리감이 생기는 것 같더라구요. 좀 더 가깝게 시청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다 보니 코믹연기가 적당하다 싶어 흔쾌히 배역을 맡았습니다.”

서울 구로구 독산동 한 아파트 재건축 공사장의 야외촬영 현장에서 만난 그는 의외로 노란색 소방복이 잘 어울렸다.

“제 별명이 뭔지 아세요. 노주팔이에요. 방송가에서 주변사람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한다고 이름 마지막에 팔자를 넣어부르다가 얻은 별명이죠. 그만큼 저도 소탈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30여년 연기생활에서 생전 처음 도전하는 시트콤 연기라 상기된 얼굴로 흥분감과 함께 약간의 두려움도 털어놨다.

“힘 빼기 작업이 가장 어려워요. 우스꽝스런 상황에선 자꾸 웃음이 터져나와 죽겠고, 웃기지도 않은 상황에선 애써 웃기려 했다가 오히려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기 일쑤고….”

촬영도중 일상적 대화톤이 아니라 연기조의 대사가 자꾸 튀어나와 NG를 연발하는 그는 쑥스러운 듯 뒤통수를 자꾸 어루만졌다.

‘순풍…’에서 그를 과묵한 지압사로 깜짝 출연시켰던 김병욱 PD는 “연기력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에 초반 탄력만 붙어준다면 문제없을 것”이라며 그의 순발력 연기를 자신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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