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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10일 1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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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까지 서울 남산 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리는 제1회 영국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셰익스피어 걸작선-1'에서 11, 14일 오후 3시에 나탈리아 올로바 감독의 <햄릿>이 상영되는 것.
유리 채색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에미상 최우수 애니메이션상과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뉴욕영화제에서 금메달과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작품.
어두운 색채로 비장한 줄거리를 전달하는 <햄릿>은 성(城)을 주무대로 햄릿, 오필리어, 레어티스, 거트루트 등 인물 묘사에 치중한다.
자연적인 소재를 배경으로 하고 밝은 분위기가 풍기는 셰익스피어 원작의 다른 애니메이션 <당신이 좋으실대로>(As you like it)나 <한여름밤의 꿈>와 구별된다.
영화가 시작되면 검푸른 빛에 싸여진 덴마크 성이 서서히 클로즈업되면서 저음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왕이 되기 위해 선왕을 독살하고 그 부인과 결혼한 숙부 클로디어스. 그의 탐욕스런 얼굴과 몸체는 악역에 걸맞는 거친 질감으로 표현돼있다. 아버지의 죽음을 비관하는 '햄릿'의 연약하고도 우울한 형상은 모딜리아니의 그림을 연상케한다.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 모호한 표정을 지닌 주인공들의 눈, 코, 입은 정적이고도 슬퍼보인다.
영국 특유의 엑센트로 "to be or not to be(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외치는 햄릿의 모습은 비장미를 풍긴다. 유리에 채색하는 테크닉도 돋보이는데, 빛의 방향에 따라 얼굴의 윤곽이 다양하게 변하는 점은 볼만하다. 문의 02-3455-8365.
오현주<동아닷컴 기자>vividr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