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드라마 주인공은 '난치병'이어야 뜬다?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20분


최근 각 방송사 드라마에서 ‘난치병’이 ‘유행병’처럼 돌고 있다.

6일 시작하는 KBS2의 월 화 미니시리즈 ‘눈꽃’(밤 10시)에서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병이 등장한다. 이름조차 낯선 이 병의 실제 발병율은 4000명당 한 명꼴.

요즘 드라마에서 가장 ‘흔한’ 병은 단연 백혈병이다. 최근 백혈병과 관련된 드라마는 5편. 월화드라마(‘가을동화’) 수목드라마(‘비밀’), 주말극(‘태양은 가득히’, ‘엄마야 누나야’), 특집극(‘가시고기’)등에서 백혈병이 등장했거나 곧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KBS2와 MBC의 주말드라마의 경우 가족 간의 갈등을 씻는 화해의 매개체로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골수이식’이 등장하게 된다.

KBS2 ‘태양은 가득히’에서 주인공 민기는 극 마지막에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들에게 골수를 준다. 설상가상으로 주인공 자신은 췌장암 환자다.

MBC의 새 주말극 ‘엄마야, 누나야’에서도 후반부에 생모를 인정하지 않던 남자 주인공이 결국 백혈병에 걸린 생모를 위해 골수를 기증함으로써 ‘핏줄’의 뜨거움을 확인하게 된다.

다음달 초 방영될 MBC 창사특집극 ‘가시고기’ 역시 백혈병에 걸린 아들과 간암에 걸린 아버지가 주인공.

이밖에 얼마전 막을 내린 KBS2 미니시리즈 ‘가을동화’에서 여주인공 은서가 백혈병에 걸려 숨졌으며 MBC 미니시리즈 ‘비밀’에서도 여주인공의 엄마가 백혈병에 걸린 후 골수이식 수술을 받고 숨지는 과정이 극의 클라이맥스를 이뤘다.

그렇다면 왜 ‘백혈병’일까.

‘비밀’의 작가 정유경씨는 “드라마틱한 설정을 위해 불치병, 난치병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담배나 술 등이 원인 중 하나인 다른 병과 달리 백혈병은 상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라고 생각해 작가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슬픈 정서가 먹힌다”는 이유 때문에 대부분 극 중 환자는 골수이식을 못받거나 받고도 수술이 실패해 사망하는 것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백혈병환자를 둔 가족들은 항의를 하기도 한다.

때문에 ‘비밀’에서는 9일 백혈병환자와 그 가족을 배려해 마지막회에서 ‘골수이식에 대한 부분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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