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을동화>,"은서 살리라구요? 준서도 죽습니다"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8시 56분


‘은서만 죽이느냐, 준서도 함께 죽이느냐.’

36.7%라는 높은 시청률로 TV프로그램 인기순위 1위에 올라선 KBS2 미니시리즈 ‘가을동화’의 결말을 놓고 제작진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6부작으로 기획된 ‘가을동화’는 다음달 7일 예정대로 16부를 마지막회로 끝난다.

일부에서는 2회를 늘려 18부작으로 끝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제작진은 원래 기획대로 16회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문제는 결말. 애초 윤석호PD는 “가을 분위기에 맞게 아주 슬프고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밝혔을 만큼 원래 결말은 은서(송혜교)가 죽는 것으로 끝나는, 한 때 남매였던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이다. 31일 방영될 14회에서는 은서가 병(혈액암)이 악화돼 혼수상태에 빠지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준서가 응급실로 달려오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가을동화가 방영된 후 KBS 인터넷게시판에는 하루에만 1000건이 넘는 기록적인 시청자 의견이 쏟아져 제작진을 고민에 빠트렸다.

특히 종영이 가까워지면서 ‘이렇게 끝내달라’는 주문성 글이 대부분이다.

시청자의 ‘민원’은 크게 두가지. 첫째는 은서를 죽이지 말고 해피엔딩으로 끝맺어 달라는 것. 또 준서(송승헌)와 함께 남자주인공으로 나오는 태석(원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은서가 준서와 맺어져야 한다는 의견과 태석과 맺어지게 해달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폭발적인 시청자들의 의견 때문에 제작진은 한때 “어차피 ‘동화’인데…”라며 한때 해피엔딩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결국 “슬프게 끝맺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따라 은서가 죽는 것은 기정사실화 됐다. 오히려 더욱 슬픈 결말을 위해 준서도 자살하되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자동차 사고를 일부러 피하지 않는 정도의 ‘소극적 자살’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준서가 죽는 장면도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고 죽음을 암시하는 정도에서 처리한다는 것이 현재까지 내려진 결론이다.

‘가을동화’의 책임프로듀서(CP)인 윤흥식주간인 “요즘은 시청자들이 절반은 작가”라며 “TV드라마의 경우 시청자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어 점점 ‘쌍방향화’되고 있는 만큼 준서의 죽음은 마지막까지 유동적이다”고 말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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