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4집 '홈'낸 유리상자 "발라드는 디지털시대의 쉼표"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58분


듀엣 ‘유리상자’는 햇살 투명한 가을날같은 그룹이다.

97년 ‘순애보’로 데뷔한 이래 따스한 멜로디의 발라드를 계속 불러왔다. 단아한 보컬 화음과 온정어린 가사가 특징. 그 덕분에 이들은 ‘듣는 음악’의 대표 주자로 라디오 음악프로 제작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수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들이 최근 4집 ‘홈’을 냈다.

머릿곡은 ‘그대 내게 묻는다면’. 커피 향기 물씬 풍기는 어느날 아침,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이 날 깨운다. 이처럼 아름다운 재회를 발라드로 만들었다. 가사를 쓴 이세준은 “개인적인 사연을 기반으로 상상한 것”이라고. 멜로디도 예전과 변함없다. 스스로도 싫증나지 않을까.

“아직도 우리 음악이 좋은걸요. 변화는 맘속에서 우러나와야 자연스럽게 될 것 같아요. 솔직히 억지 변신이 쉽지 않아요.”

이들은 굳이 ‘보는 음악’이 대세인 시대를 거스른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멤버 중 박승화는 “음악은 인생에서 한숨을 쉬어가는 부드러운 쉼표같은 것인데 우리는 우리식대로 쉼표를 찍을 뿐”이라고 말한다.

‘유리상자’의 멤버들은 체질적으로 아날로그다. 인터뷰를 하다보면 이들에게서 디지털의 냉랭함이나 화려함, 자신감을 느낄 수 없다. 수수하고 솔직 담백하다. 가수는 노래처럼 된다는 속설이 이들에게도 틀리지 않다.

그렇다보니 요즘 유행 스타일과 동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들은 “아날로그라고 해서 디지털의 시대에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음악은 원래 아날로그”라고 말한다.

이들의 고정팬층은 20만명 안팎. 1∼3집이 각각 그만큼 나갔다. 지난해 발표한 3집은 지금도 한달에 1000여장 나간다. 박승화는 “작년까지만해도 음반을 내면 불안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나름대로 ‘그림’이 그려진다”며 “우리 시장을 견실하게 가꿔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4집은 이들이 작사(이세준) 작곡(박승화)하고 프로듀싱까지 했다. 프로듀싱을 처음 한 것에 대해 “소리를 찾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 지 깨닫게 됐다”고.

음반에는 동창회 찬가쯤되는 ‘아이 러브 스쿨’, 팬클럽 ‘유리마을’의 팬과 매니저 등 10여명이 백코러스로 참가한 ‘말해’ 등 11곡을 담았다.

‘유리상자’는 라이브 공연에서 늘 만원사례를 기록한다. 박승화는 라이브 공연장에서는 흥에 겨워 뜻밖의 덤블링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12월22일부터 10일간 서울 정동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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