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SBS '그것이 알고싶다' 인권 침해 논란

  • 입력 2000년 9월 20일 18시 56분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며 ‘권익 파수꾼’을 자임해 온 SBS의 간판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프로그램에 대한 욕심이 앞서 개인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SBS는 지난 16일 밤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서태지 신드롬’에서 대중문화평론가인 신현준씨가 방송출연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음에도 신씨의 인터뷰를 5∼10초간 내보냈다.

이같은 사실은 신씨가 17일 SBS 인터넷 게시판과 PC통신에 ‘그것이 알고 싶다는 몰래카메라’라는 제목으로 항의글을 올리면서 공론화됐다. 신씨는 “담당 PD에게 방송출연을 사양한다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찾아왔길래 서태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으며 이 때 내 모습을 몰래카메라로 찍어 사전 허락 없이 방송에 인터뷰를 내보냈다”며 “다음 방송때 자막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히고 공개 사과하지 않으면 사생활과 초상권 침해로 고소하겠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이후 게시판에는 “서울방송은 사과해야 한다”(Kniefzif) “중요한 건 본인의 의사며 미국같으면 거액 소송감”(hkh365)등의 글이 올랐다.

이에대해 연출을 맡았던 황승환PD는 “신현준씨가 방송출연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씨의 주장처럼 몰래카메라로 비밀리에 찍은 것은 아니었다”며 “당시 카메라를 들고 갔기 때문에 신현준씨는 우리가 촬영하고 있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신씨 인터뷰는 6mm 카메라로 촬영됐다.

황PD는 또 “신씨가 방송출연은 싫다고 했지만 당시 분위기나 정황으로 볼 때 인터뷰가 나가도 그렇게 싫어할 것이라고는 판단하지 않았다”며 “당시 상황을 오판한 것은 분명히 나의 실수”라고 인정했다.

SBS측은 19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신씨에 대한 사과문을 올렸으나 방송을 통한 공개 사과는 하지 않기로 했다.

신씨는 19일 게시판에 공개 사과를 촉구하는 글을 재차 올리고 “초상권을 침해한 것도 문제지만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공개 사과를 하지않는 태도는 힘을 가진 방송사의 또 다른 횡포”라며 “방송을 통해 공개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SBS는 자체조사결과 PD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 23일 방영분에서 사과문을 내보내기로 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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